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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눈/폴 크루그먼]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입력 | 2013-10-21 03:00:00


폴 크루그먼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6일 상하원을 통과한 2014 회계연도(2013년 10월∼2014년 9월) 임시 예산안 및 국가 부채한도 증액안에 서명했다. 이로써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혁안, 소위 ‘오바마 케어’를 놓고 민주당과 공화당의 극심한 의견 대립으로 10월 1일 0시부터 16일간 지속됐던 연방정부 일시폐쇄(셧다운) 위기가 끝났다. 사상 초유의 미국 정부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도 모면했다.

이제 모든 위기가 끝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진짜 위기는 이제부터다. 이번 합의는 말 그대로 ‘미봉책’일 뿐 이번 사태를 야기한 정쟁(政爭)의 불씨는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우선 연방정부 부채 감축 해법을 둘러싼 양당의 시각은 천양지차다. 민주당은 부채 감축을 위해 세수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공화당은 지출 축소가 먼저라고 맞선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오바마 케어’ 시행 시기를 늦추거나 지원금 규모를 줄이려고 시도하고 당연히 민주당은 이에 거세게 반발할 것이다.

2010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한 후 민주당 소속 대통령과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은 모든 사안에서 사사건건 맞섰다. 이후 정쟁과 이에 따른 재정정책의 불확실성은 미국 사회의 최대 위험 요인으로 부상했다.

경제전문 조사회사 매크로이코노믹 어드바이저스에 따르면 2010년 이후 3년간 재정정책 불확실성으로 미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약 1.0%포인트 감소했다. 돈으로 환산하면 무려 7000억 달러(약 742조 원)에 달한다. 실업률도 1.4%포인트 추가 상승했다. 재정정책의 불확실성이 없었다면 현재 미국 경제의 최대 난제이자 7%대를 웃도는 실업률이 6%대 이하로 떨어질 수 있었다는 의미다.

특히 공화당은 의회 다수당이 된 후 2가지 실책을 저질렀다. 공화당이 주도한 급여세 인상과 실업자 지원 축소는 단순히 미국 근로자들의 구매력만 떨어뜨린 것이 아니다. 미국 경제의 성장 동력인 개인 소비를 위축시켜 성장 잠재력을 대폭 갉아먹었다. 실업자에 대한 지원 축소는 태평성대에도 잔인하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는 논쟁적 정책인데 공화당은 경제 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지금 이를 밀어붙이고 있다. 게다가 이 와중에 부자 감세가 웬 말인가. 실업자 지원 축소와 부자 감세는 부의 재분배를 왜곡시키고 가뜩이나 심각한 미국의 빈부격차를 더욱 늘릴 것이다.

모든 선거는 그에 따른 결과를 수반한다. 나는 2010년 중간선거의 공화당 승리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후 그렇지 않아도 취약해진 미국 경제의 회복을 방해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오바마 대통령, 민주당,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도 잘한 건 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셧다운 사태를 둘러싼 상황에서 적절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 연준은 미국 경제 부양책을 좀 더 과감하게 내놓아야 했다.

하지만 공화당이 소모적인 정쟁을 주도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후폭풍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 또한 분명하다. 특히 소위 티파티(극우 성향의 미국 유권자단체) 등을 비롯한 공화당 강경파는 이번 셧다운 파동과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어질 위기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이번에 합의한 임시 예산안은 내년 1월 15일까지만 현재 수준에서 예산을 집행할 수 있다는 점을 골자로 하고 있다. 셧다운과 디폴트 우려가 다시 불거지면 상황은 지금보다 훨씬 나빠질 것이다. 미국은 지금 어디로 갈지 알 수 없는 시계 제로의 상태에 놓여있다.

폴 크루그먼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