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정치·개입 의혹 사건의 수사 및 의사결정 과정을 둘러싸고 지휘 책임자인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과 실무팀장이었던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21일 서울중앙지검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면 충돌했다.
특별수사팀장을 맡아 이번 사건을 수사하다 상부보고 누락과 지시 불이행 등으로 지난 17일 업무에서 배제된 윤석열 지청장은 "보고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하며 "수사 초기부터 외압이 있었고,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영곤 지검장은 "(윤 지청장의 보고는) 절차상 흠결이 있었으며 외압도 없었다"고 상반된 주장을 폈다.
이날 의원들의 질문에 윤석열 지청장이 답하면 조영곤 지검장이 반박하고 다시 윤석열 지청장이 발언하는 식으로 논박이 이어졌다.
윤석열 지청장은 공소장 변경 신청과 관련해 "공소장 변경 신청은 4차례 검사장의 재가를 받았다. 제 방에서 박형철 부장검사가 조 지검장과 2번 통화했고 승인했다는 얘기를 들었으며, 조영곤 검사장을 직접 찾아가 공소장 변경 승인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네 차례에 걸쳐 검사장 승인을 받고 다음날 아침 접수했다. 공소장 변경 신청은 부장 검사 전결사항으로 서면결재가 필요없다. (검사장이) 구두로 4번 승인했기 때문에 법상으로나 검찰 내부 규정상 전혀 하자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영곤 지검장은 "윤 지청장과 사적인 대화를 했을 뿐 정식 보고가 아니다. 집에서 식사를 한 후 다과를 하다 윤 지청장이 갑자기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에 깊이 검토하자고 돌려보낸 것이 전부"라고 반박했다.
그는 "윤 지청장이 보고라고 한 것에 절차상 흠결이 있어 진상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보고서가 A4용지 두 장으로 지나치게 간략해 수사 내용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체포영장 청구를 승인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윤석열 지청장은 다시 발언 기회를 얻어 "검사장이 '야당 도와줄 일이 있느냐', '정 하려면 내가 사표를 내 뒤 하라, 순수성을 의심 받는다'고 말하며 크게 화를 냈다"며 "이런 상태에서 검사장을 모시고 사건을 더 끌고 가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수사 초기부터 외압이 있었던 것이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관련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무관하지 않다"고 답했다.
윤석열 지청장은 상급자인 이진한 2차장에게 보고를 하지 않은 것이 규정 위반이라는 지적에 대해 "이번 사건에서 이진한 2차장검사가 지휘 라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차장은 즉각 "검찰총장으로부터 수사 총괄 및 공보 책임을 부여받았다"고 반박했다.
조 지검장은 이와 관련, "검사 한 사람의 검찰 조직이 아니다. 모든 일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검찰은 공정성이 생명이다. 윤 지청장의 보고에서 있었던 것은 작은 하자나 흠결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윤 지청장이 보고라고 주장하는 것은 제대로 된 체계를 갖추지 않았다. 보고라는 건 윗사람에게 통보하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다"라며 "그런 저의 지휘에 문제가 있었다면 책임을 지겠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지청장의 수사배제와 관련해서도 두 사람의 진술은 엇갈렸다.
윤석열 지청장은 "길태기 대검 차장의 전화를 받고 저녁을 먹던 중 서울중앙지검 총무부검사에게 직무배제 명령을 서면으로 받았다"며 "길 차장은 (내가) 양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영곤 지검장은 직무배제 명령을 내린 주체는 자신이며 직접 구두로 전달했다고 반박했다.
<동아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