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가치가 1년 만에 25%가량 하락했음에도 일본의 올해 상반기(4∼9월) 무역수지 적자는 반기(半期) 기준 사상 최대인 4조9892억 엔(약 55조660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전 가동을 멈추면서 화력발전소용 연료 수입액이 늘었고 엔화 약세로 인해 수입품 가격이 오른 것이 주요 요인이다.
21일 재무성이 발표한 무역통계(잠정치)에 따르면 올 상반기 수출은 35조3199억 엔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8% 늘었다. 수입은 40조3091억 엔으로 13.9% 증가해 큰 폭의 무역수지 적자를 보였다.
엔화 약세로 자동차(14.5%), 유기화합물(45.5%) 등 수출이 전년 동기보다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 달러당 78엔대였던 엔-달러 환율은 올해 상반기에는 98엔대로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엔화 약세는 수입품 가격을 올리는 효과도 있다. 거기에 원전 가동을 중단하면서 화력발전 연료인 원유(10.3%), 액화천연가스(LNG·11.6%) 등 수입이 늘어 수입 총액이 가파르게 늘어났다.
무역수지 적자는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던 2011년 상반기부터 시작돼 반기마다 폭이 커지고 있다. 노무라증권의 노기모리 미노루(野木森稔) 애널리스트는 “내년 4월 소비세(부가가치세)가 오르기 전에 물건을 사두자는 심리가 퍼져 국내 수요가 늘고 수입도 늘어나고 있다”며 “무역적자가 축소로 돌아서는 것은 국내 수요가 가라앉는 내년 하반기나 되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날 함께 발표된 9월 무역수지는 9321억 엔 적자로 9월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15개월 연속 무역적자로 제2차 석유대란 시절의 14개월(1979년 7월∼1980년 8월)의 연속 적자 기록을 갈아 치웠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