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특별수사팀장이었다가 직무에서 배제된 윤석열 여주지청장은 어제 국정감사에 출석해 국정원 직원 트위터 글 수사를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에게 보고하고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 지검장은 보고가 아니라 통보였으며 결재도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누구 말이 맞는지를 떠나 수사팀장과 지검장이 얼굴을 붉히고 맞서는 부끄러운 모습이 요즘 검찰의 자화상이다.
둘의 증언을 종합해보면 수사팀이 압수수색이나 국정원 직원 체포, 공소장 변경을 하며 지휘부의 허가를 받지 않은 것은 사실로 보인다. 검사는 판사와 달리 독립기관이 아니다. 검찰청법에 따르면 검사는 모든 사무에 대해 소속 상급자의 지휘·감독을 따라야 하며 이견이 있을 때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을 뿐이다. 윤 지청장처럼 “(조 지검장을) 모시고 함께 사건을 끌고 나가기 어렵겠다”고 판단해 멋대로 일을 처리할 수는 없다.
그러나 새롭게 드러난 국정원의 트위터 퍼나르기는 노골적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폄훼하는 내용이 많다. 이미 기소된 범죄의 입증에 결정적 증거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조 지검장이 ‘야당의 정치적 이용 가능성’이라는 이유를 들어 수사를 허가하지 않은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검찰총장 후보군인 조 지검장이 청와대나 법무부의 눈치를 봤다는 의심을 살 만하다.
국정원의 심리전단 직원들은 지난해 대선 전 약 3개월간 트위터에 5만5689회의 정치적 글을 올린 새로운 혐의를 받고 있다. 기존 공소장에 나와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 댓글보다 15.1배나 많다. 국정원 직원들이 은밀한 곳에서 여론이나 조작하기 위해 공작을 벌였다면 명백한 정치적 중립 위반이고 치졸한 짓이다.
트위터 글은 팔로(follow)하는 사람에게만 전달된다. 문제가 된 인터넷 댓글이나 트위터 글이 선거 결과를 바꾸어 놓을 정도로 영향력이 컸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민주당 등 야권은 호재를 잡은 듯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도와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 도움 받은 꼴이 되고 있다는 청와대도 곤혹스러울 것이다. 여야는 이 문제를 정략적으로 다루기보다 국정원의 올바른 개혁 방향을 찾는 데 뜻을 모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