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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줄을 두른 조롱박은 자연과 인간의 협업

입력 | 2013-10-22 03:00:00

로버트 리 ‘흉내내기’전




로버트 리의 ‘흉내내기’전에서 선보인 조롱박 작품.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세상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기이한 조롱박이다. 게다가 쇠로 만든 기하학적 틀이 조롱박을 감싸면서 두 이질적 요소는 신기하게도 한 몸을 이루고있다.

서울 소격동 옵시스아트 갤러리에서 열리는 재미작가 로버트 리(31)의 ‘Mimicry: 흉내내기’전에 나온 조각은 자연과 인간의 협업으로 완성됐다. 작가는 쇠로 구조물을 만들고 이를 활용해 조롱박을 키운 뒤 둘이 결합한 작품을 최종적으로 ‘수확’한 것이다.

생명체는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어떤 환경에도 동화하는 능력이 있다. 이러한 능력을 명쾌한 작품으로 보여준 작가는 어떤 구조적 제약을 받아도 이를 사람들이 예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극복하는 자연의 경이로운 생명력을 깨닫게 한다.

이번 전시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은 어떤 조건에서든 살아갈 수 있으며, 어떤 경우에든 함께 살 수밖에 없다는 사유를 담고 있다. 지팡이가 다른 지팡이를 지탱하면서 시멘트 계단을 올라가는 작품도 주목된다. 사람들이 보조수단으로 생각하는 지팡이가 독립적 주체로 변신한 재기발랄한 작품이다.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작가는 예일대와 컬럼비아대 대학원에서 미술을 전공했고 현재 시애틀 코니시 미술대학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다. 11월 17일까지. 02-735-1139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