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더 오래 일하는 대한민국]<4>정년연장, 근로자-기업 ‘윈윈’
정 씨가 일하던 ㈜남선알미늄은 올해 9월 노사 합의로 57세였던 정년을 60세로 늘렸다. 이 회사는 직원이 350명이 넘어 2016년부터 정년 60세 의무화가 적용되지만 3년이나 빨리 시작했다. 그 덕분에 정년퇴직 뒤 촉탁직으로 일하던 정 씨 등 근로자 11명이 이달 1일부터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그 대신 57세부터 임금피크제가 적용돼 기본급이 10% 정도 삭감된다. 임금피크제는 일정 연령부터 급여를 깎는 대신 고용기간을 늘리는 방식이다. 하지만 단체협약을 통해 임금 인상이 결정되면 실제 삭감액은 줄어들 수 있다. 정 씨는 “이 나이에 어디에서 이 정도 일자리를 쉽게 구하겠느냐”며 “요즘 우리 회사 생각만 하면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고 말했다.
이 회사처럼 임금체계를 바꿔 인건비 부담을 덜고 대신 정년을 늘려 근로자들의 고용을 보장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2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100인 이상 사업장 가운데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곳은 2005년 2.3%에서 2012년 16.3%로 증가 추세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연공서열에 따른 임금체계가 확고하고 임금피크제가 구조조정이나 인건비 절감을 위해 활용된 탓에 쉽게 확산되지 못했다.
기업들은 임금체계가 합리적으로 개편되면 정년연장에 따른 부담을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황성재 남선알미늄 과장은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 까다롭거나 힘든 일이 많지 않아 60세까지 일하는 데 체력적이나 기술적으로 부담이 적다”며 “회사마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우리는 기존 근로자들이 계속 일하는 게 회사나 근로자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