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교과서 8종 수정 권고]■ 교육부 829건 수정-보완 권고
공방의 시발점이었던 교학사 교과서는 251건의 수정·보완 권고를 받았다. 전체 지적 건수의 30%를 차지한다. 인명, 지명, 연도 등 기초적 사실 관계에서 틀린 내용이 대부분이다. 특히 제1단원인 ‘우리 역사의 형성과 고대국가의 발전’에서는 본문, 지도와 도표, 삽화, 사진 등 거의 모든 자료에서 오류가 지적됐다. 단원명을 빠뜨리거나 자료 출처를 제대로 표시하지 않기도 했다.
우편향이라는 공격을 받았던 제5단원 ‘일제강점과 민족운동의 전개’에서는 57건, 제6단원 ‘대한민국의 발전과 현대세계의 변화’에서는 41건이 수정·보완 권고를 받았다. 일제가 조선인의 요구를 수용하여 조선교육령을 개정한 듯이 기술한 부분, 경찰의 개입이 반일 민족 운동에 중요한 계기가 된 듯이 서술한 부분, 5·18민주화운동의 유혈 사태 원인이 시민에게 있는 듯이 서술한 부분 등이 이에 해당한다.
나머지 6종의 교과서에 대해서는 균형 잡힌 서술을 하라는 취지의 권고가 많았다.
금성출판사, 두산동아, 비상교육, 천재교육 등 4종은 주체사상을 설명하면서 ‘사람 중심의 세계관이고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실현하기 위한 혁명사상’이라고 기술하는 등 북한의 체제 선전 자료를 사용했다. 금성, 미래엔, 리베르, 두산, 비상교육, 천재교육 등 6종은 북한이 농민에게 실질적 토지가 아니라 경작권만 줬는데도 이를 토지개혁처럼 서술했다.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를 부실하게 서술한 3종(두산 비상 천재), 한반도에 두 개의 정부가 수립됐다는 식으로 기술한 2종(금성 천재), 천안함 피격 사건 등 도발의 주체를 북한으로 명시하지 않은 2종(두산동아 지학사)도 마찬가지.
사실 오류나 오탈자도 많았다. 천재교육은 일본의 지명인 ‘나가사키’를 ‘나가시키’로 잘못 표기했다. 만국우편연합 가입 시기는 1900년이 아닌 1899년으로, 김일성 전집에 실린 김일성의 발언 시기는 1955년이 아닌 1995년으로 틀리게 썼다. 금성출판사는 무단통치를 무단총치라고 했고 고조선 건국 연대의 근거를 동국통감이 아닌 삼국유사로 잘못 서술했다.
8종 교과서 모두가 부실한 수준으로 드러나자 검정 교과서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이 교과서들은 8월 국편의 최종 검정 심의를 통과했다. 교학사 교과서에 대한 논란이 없었다면 내년 3월에 일선 학교에서 그대로 사용할 예정이었다. 심은석 교육부 교육정책실장은 “전에는 교과서를 사용하는 첫해에 여러 기관에서 수정을 요청해서 1년 뒤 정오표를 내려보냈는데 이번에는 검정 통과 직후 바로 논란이 돼 상황이 달랐다”고 말했다.
교학사 측은 “출판사와 저자 모두 교육부의 수정 지시를 존중하는 입장”이라면서 “내일 당장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수정 작업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교과서 8종에 대해 수정, 보완하도록 통보한 조치는 당연하니 해당 출판사와 집필진은 반드시 이를 수용해야 한다”면서 “이런 전철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교과서 검정 시스템을 강화하고 교육부의 장학 편수 기능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희균·신진우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