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선거개입 의혹 공방]■ ‘외압 의혹’ 檢 vs 檢 정면충돌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검 및 산하 지검에 대한 국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윤 지청장은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외압 때문에 수사와 공소를 더이상 유지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나”라고 묻자 “수사 초기부터 지금까지 계속돼 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도 관계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수사팀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키로 의견을 모았지만 황 장관 등이 반대하고, 검찰 내부에서도 선거법 적용을 반대하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 당시 거센 논란이 벌어졌었다. 윤 지청장은 “구체적 내막은 모르지만 당시 5월 말∼6월 중순 2주 정도 일을 하나도 못했다”며 “법무부가 그렇게까지 하는 것은 도가 지나치고 외압이라고 느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윤 지청장은 또 “조사 도중 조 지검장으로부터 직원들을 빨리 석방하고 압수물을 돌려주라는 지시를 계속 받았다”며 “이렇게 외압이 들어오는 것을 보니 기소도 못하겠다는 판단이 들어 일단 석방한 뒤 공소장 변경 신청만이라도 하도록 허가해 달라고 (조 지검장에게) 요청했다. 네 차례에 걸쳐 승인을 받은 다음 법원에 신청서를 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조 지검장은 “집에 와서 얘기하길래 기록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어 일단 돌아가라고 한 것”이라며 “절차적 정의를 확실히 세우고 조그마한 틈새나 흠결이 없도록 해야 하는데 윤 지청장의 보고 과정에서 흠결이 있었고, 그래서 업무배제 명령을 내렸다”고 반박했다. 공소장 변경 신청도 승인한 바 없다고 했고, 야당 도와주기라는 발언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조 지검장은 또 수사팀의 행동이 절차와 지휘 체계를 무시한 항명(抗命)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수사팀을 신뢰하면서 수사팀에 많은 힘을 실어줬고 수사팀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하고 경청해 왔다”며 “이번 일도 의욕이 앞서고 과잉되다 보니 일어난 일이라고 보지만 이렇게 항명이라는 모습으로 가리라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유성열·최예나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