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곤 서울중앙지검 검사장(55·사법연수원 16기)이 22일 최근 국가정보원 대선·정치 개입 의혹 수사를 둘러싼 논란 등과 관련, 상급 기관인 대검찰청에 본인에 대한 감찰을 정식으로 요청했다.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가 자신에 대한 '셀프 감찰'을 상급 검찰청에 요청한 사례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서울 중앙지검에 따르면 조영곤 지검장은 전날 국정감사에서 국정원 수사를 둘러싼 외압 의혹이 제기되고 특별수사팀을 이끌었던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53·여주지청장)과의 갈등, 윤 전 팀장에 대한 직무 배제 명령 등이 논란이 되자 자신에 대한 감찰을 요청키로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영곤 지검장은 대검의 처분에 따르겠다는 입장도 함께 내놨다.
조영곤 지검장은 국정원 대선·정치개입 사건 수사 과정에서 윤 전 팀장이 국정원 심리정보국 직원들이 트위터에서 관련 글을 게시한 정황을 포착했다는 보고를 받고도 미온적으로 대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윤 전 팀장은 이날 국감에서 국정원 직원들이 트위터에 선거·정치 관련 글을 5만 5000여차례 올리거나 퍼나른(리트윗) 정황을 포착하고 15일 밤 조 지검장의 자택을 찾아가 체포·압수수색 필요성을 보고했지만 조 지검장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단독행동을 결행했다고 밝혔다.
윤 전 팀장은 조 지검장이 이 자리에서 "야당 도와줄 일 있냐", "정 그렇게 하려면 내가 사표 내면 하라"며 격노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 지검장은 "정식 보고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윤 지청장이 집에 찾아와 밤 12시 넘어서까지 식사와 맥주를 하며 사적인 편안한 이야기를 나누다 갑자기 보고서를 내놓았고, 그 자리에서 결정할 내용이 아니어서 검토를 해보자고 하고 돌려보냈다"며 "화를 낸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야당 도와주기라는 발언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62) 등 국정원 간부 3명에 대한 공소장 변경허가 신청에 대해서도 윤 전 팀장은 "(부 팀장인) 박형철 공공형사부장을 통해 두 차례 승인 받는 등 총 네 차례 승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조 지검장과 설전이 오가자 윤 전 팀장은 작심한 듯 조 지검장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윤 전 팀장은 "저만 직무배제 시키고 저에 대해서 조사나 감찰을 하면 되지 국정원 사건 수사를 지휘하고 책임을 져야할 분이 보고조차 받지 못한 것처럼 언론플레이를 하고 수사 자체를 불법인 것처럼 하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고 반발했다.
또 "처음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지고 원칙이 바뀌었다"며 "이것은 법원에 제기된 공소장 변경허가를 취소하기 위한 과정이 아닌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검사가 중대한 혐의를 포착해 상관에게 가면 (사건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즉시 수사가 필요하다면 수사를 지시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검찰은 늘 말썽이 나고 시끄러웠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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