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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욱 “지겨운 ‘실장님’ 전문배우 벗어나려 의학대본 외우다 원형탈모 생겼어요”

입력 | 2013-10-23 03:00:00

의학드라마 ‘굿닥터’서 연기변신 주상욱




청소년 드라마의 단역으로 데뷔해 연기자의 길로 들어선 지 16년이 됐다.“잘생겼지만 재미있고, 연기도 잘하는 배우”가 목표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키 크고 잘생긴 건 기본, ‘부티’는 필수다. 대사는 몇 줄 안 돼도 목소리는 좋아야 한다. 극 초반 여주인공의 사랑을 받다가 늘 자기보다 못한 남자에게 밀리고 퇴장할 땐 슬픈 눈빛도 내비쳐야 한다. 드라마 속 ‘실장님’의 조건은 무척 까다롭다.

“지겨워요 진짜. ‘실장님’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을 치고 있죠.”

주상욱(35)은 드라마 속 실장님에 어울릴 만한 축복 받은 신체 조건의 소유자다. 그러나 ‘실장님 전문배우’라는 수식어는 연기자로서 성장하는 데 굴레가 됐다. 그래서 최근에는 형사물과 의학 드라마 같은 장르물에 출연했다. 그리고 얼마 전 종영한 KBS ‘굿닥터’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의사 김도한 역을 맡으며 드디어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의학 드라마를 꼭 해보고 싶었어요. 수술실에서 마스크로 얼굴을 다 가린 채 눈빛만으로 제압하는 것 멋있잖아요?”

그러나 그의 말대로 “(연기를) 잘하면 눈에 띄기 쉽지만 잘하는 게 결코 쉽지 않은” 것이 의학 드라마다. 수술도구를 손에 익히고 의학용어로 가득한 대본을 외우느라 원형탈모 증세가 나타났을 정도다.

주상욱은 군복무 후인 2006년부터 현재까지 20편 가까운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했다. 하지만 각종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에서 러브콜을 받는 ‘대세 배우’로 자리 잡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 “욕심이 많아요. 나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드니까 쉬엄쉬엄 연기를 하면 안 될 것 같았어요.”

그는 30일 개봉하는 영화 ‘응징자’에서 학창시절 자신을 괴롭히고 따돌렸던 상대(양동근)에게 20년 만에 복수를 하는 취업준비생 준석으로 나온다. 찌질한 백수 연기는 처음이다. 어렵지 않았느냐고 묻자 “그동안 안 해봤던 배역이라 비슷한 캐릭터를 다르게 연기하는 것보다 쉬웠다”고 했다. 앞으로 도전해 보고 싶은 배역은 뭘까.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이요. 늘 진지하게 남의 사랑을 바라보기만 했지 제가 알콩달콩한 연기를 한 적은 없어요. 이제 저도 좀 가벼워지고 싶어요.”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