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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의 눈]작은 사이즈 커피 슬그머니 없애… ‘폴 바셋’ 가격인상 꼼수

입력 | 2013-10-23 03:00:00


김유영 소비자경제부 기자

커피전문점 ‘폴 바셋’이 22일부터 커피 가격을 올리면서 꼼수를 부려 빈축을 사고 있다. 가장 작은 사이즈의 음료를 메뉴판에서 슬그머니 빼버려 소비자들이 더 비싼 커피를 사먹도록 유도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웬만한 중국음식점의 짜장면 한 그릇보다 비싼 커피가격을 올리면서 이런 편법까지 등장하자 같은 업계에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폴 바셋은 고급 매장 이미지를 내세우면서 시중 커피전문점 중 ‘라테’ 메뉴를 가장 비싸게 팔고 있다. 가장 큰 용량(그랜드)을 기준으로 폴 바셋의 라테는 6200원이다. 이는 커피빈(5800원), 스타벅스(4900원), 엔제리너스(4900원), 카페베네(4800원)보다 많게는 30% 가까이 비싸다.

폴 바셋은 이번에 가장 작은 사이즈의 커피를 메뉴판에서 뺐다. 예전에는 ‘레귤러(236mL)’와 ‘톨(354mL)’ 사이즈가 있었지만 이제 레귤러 사이즈란 명칭은 매장에서 사라졌다. 이 회사는 기존 레귤러 사이즈와 용량이 같은 ‘오리지널’ 제품이 있다고 하지만 매장이나 메뉴판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톨 사이즈는 용량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름을 ‘스탠더드(354mL)’로 바꿨다. 또 ‘그랜드(472mL)’ 사이즈를 새로 만들었다.

이에 따라 기존에 가장 작은 사이즈(레귤러)를 4500원에 사먹던 소비자는 매장에서 추가로 안내받지 않으면 5700원을 내고 스탠더드 용량의 음료를 마실 확률이 높아졌다. 스탠더드 가격이 14% 오르긴 했지만, 레귤러를 마시던 사람에게는 26.7%의 가격 인상 효과가 생긴 것이다. 폴 바셋의 발표와는 괴리가 있는 셈이다.

폴 바셋은 재료비가 올랐고 일반 커피전문점보다 원두를 많이 써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관세청에 따르면 9월 원두 가격은 kg당 1만9920원으로 전월보다 7.0% 떨어지는 등 원두 국제 시세는 하락세다.

김유영 소비자경제부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