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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일 기자의 핫플레이스] 벤처밸리 탈바꿈하는 평촌

입력 | 2013-10-23 03:00:00

하루 150통… 분양사무소 전화통 불난다




21일 오후 경기 안양시 동안구 평촌동 첨단산업 연구단지 ‘스마트스퀘어’의 25만5000여 ㎡ 규모 공사부지 뒤편으로 평촌신도시가 보인다. 부동산경기 급랭으로 얼어붙었던 평촌이 개발호재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안양=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26 대 1, 9.2 대 1.

무슨 수치일까요. 새로 개발되는 대형산업단지 인근에서 올 5월과 10월 분양한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와 대구 달서구 월배지구의 아파트 청약 경쟁률입니다. 분양시장에서 순위 내 마감만 해도 성공했다고 하는 요즘에 보기 드문 높은 경쟁률이지요.

20.2%, 17.0%.

이건 또 무슨 수치일까요. 바로 경기 안성시와 평택시의 2008년 9월 이후 지금까지 아파트값 상승률입니다. 같은 기간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값은 9.9% 내렸습니다. 다른 곳은 금융위기 이후 집값 하락에 울상이지만 이 두 곳은 대형 산업단지 개발 덕에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에 웃음 짓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경기 안양시 평촌신도시입니다. 1989년 분당, 일산 등과 함께 1기 신도시였던 평촌. 명문 학군이 있고 강남 접근성도 좋아 중산층의 주거 선호지역이었습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집값이 급상승해 ‘버블 세븐’ 중 한 곳으로 불렸지만 이후 부동산 경기침체와 함께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사람들의 뇌리에서 조금씩 잊혀지던 곳이기도 합니다.

평촌은 최근 벤처밸리로 탈바꿈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베드타운 성격이 강한 1기 신도시 가운데 유일하게 산업단지가 인접한 신도시입니다. 첨단 연구단지인 ‘스마트스퀘어’가 지난달 부지조성공사를 완료하자 40여 개의 기업이 입주의향을 밝혔습니다. 그래서 ‘핫’한 곳을 찾는 기자가 무작정 찾아가 봤습니다.

21일 오후 서울에서 우면산터널을 지나 평촌에 들어서자 반듯하게 구획된 도로와 깨끗한 거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도로 옆에는 복도식 아파트들이 ‘성냥갑’처럼 나란히 정렬해 있었습니다. 한눈에 봐도 오래된 아파트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평촌에는 최근 20년 동안 새 아파트 단지 공급이 없었다고 하네요.

스마트스퀘어 25만5000여 m² 규모의 공사부지 입구에는 공사차량이 쉴 새 없이 들락거리고 있었습니다. 인근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직원은 “공사장에서 나는 먼지와 소음이 하나도 불쾌하지 않다”며 “공사 차량이 많아지면서 문의도 늘고 있다”며 오히려 좋아했습니다. 안양시는 2015년 말 이 사업을 완료하면 5조2196억 원의 생산유발과 5만6000여 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20년 만에 새 아파트 분양을 준비 중인 포스코건설 ‘평촌 더샵 센트럴시티’ 아파트 분양사무소도 전화벨 소리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전화를 받는 직원 5명은 전화기를 놓기 무섭게 다시 전화를 받아야 했습니다. 이렇게 하루에 걸려오는 전화는 150건 이상. 3건 중 1건이 투자문의라고 합니다.

거주자들의 충성도가 높은 곳이라 평촌 지역 사람들의 전화도 많이 오는데 흥미롭게도 가장 자주 묻는 말이 “청약을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라고 합니다. 20년간 새 아파트 분양이 없었으니!

평촌은 ‘8·28 전월세 대책’ 발표 이후 8주 중 5주간 아파트 매매가가 올랐습니다. 원창화 평촌동 원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산업단지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지난달부터 매매문의 전화가 하루에 30건 이상 걸려온다”며 “급매는 거의 나갔으며 40, 50대가 매매에 나서고 있는 점도 특징”이라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오랜만’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집값이 올랐다”, “오랜만에 매매문의가 폭주하고 있다”, “오랜만에 새 아파트가 생긴다”처럼요. 전통의 ‘명품’주거지인 평촌이 이 분위기를 오래 이끌어갈지 기대됩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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