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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활성화 입법 나서라”… 민생 등진 국회에 전방위 압박

입력 | 2013-10-23 03:00:00

■ 경제수석-부총리 이어 대통령까지 국무회의서 쓴소리




국민의 체감 경기가 좀처럼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자 정부가 부쩍 다급해진 모습이다.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과 경제부총리에 이어 대통령까지 나서서 “경제의 발목을 잡지 마라”라며 국회를 정면으로 압박하고 나섰다. 지금 국회에는 서너 달, 길게는 3∼4년씩 묵은 경제 관련 법안들이 여야 간에 별다른 논의도 없이 방치돼 있다. 정부는 경제와 민생 이슈에 관해 국회가 사실상 ‘셧다운(shutdown)’ 상태라고 주장한다. 반면 여야는 “경제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 것은 정부 책임”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최근의 경기 부진을 놓고 정부와 정치권이 책임 공방을 벌이는 양상이다.

○ 발표만 되고 잊혀진 경제 법안들

박근혜 대통령은 22일 국무회의에서 “지금 정부와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며 “그런데 현재 국회에는 각종 경제 활성화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계류돼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경제 활성화를 위해 자신들이 법과 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하지 않고 증세 얘기부터 꺼내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도 도리도 아니다”며 정치권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 내에서는 국무회의 이전부터 국회를 원망하는 목소리가 자주 새어 나왔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주말 기자들과 만나 “국회가 뭘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움을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정부의 예산안이나 공약 이행 계획이 기존에 발표한 정책 효과가 달성되는 걸 전제로 했는데 이대로 법안 통과가 미뤄지면 성장률은 물론, 세수 확보나 국정과제 이행이 더 어려워진다는 우려였다. 조원동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도 최근 재계 간담회에서 “정부도 노력하고 있지만 입법부에 걸려 추진하지 못하는 게 많다”며 정치권을 비판했다.

실제 새 정부가 출범 후 발표한 경제 정책들 중에는 국회에서 제동이 걸리면서 ‘발표’에만 그친 사례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4·1 부동산 대책이다. 당시 발표된 분양가 상한제 신축 운영, 수직 증축 리모델링 허용, 개발부담금 한시 감면 등의 대책들은 발표 6개월이 지난 지금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 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 정부 때부터 추진돼 왔지만 아직 빛을 보지 못한 대책들도 널려 있다. 정부의 서비스산업 지원 근거가 되는 서비스업발전기본법은 2010년,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는 2009년부터 정부가 각각 추진해 법안을 내놨지만 “대기업·부자 특혜”, “의료 민영화” 등 정치 논리에 밀려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 밖에 당장 2조3000억 원의 투자를 일으킬 수 있는 외국인투자촉진법, 서울 도심의 7성급 한옥호텔 건립을 지원하는 관광진흥법 개정안도 정부가 안타깝게 생각하는 법안들이다.

○ 경기 부진 “네 탓” 공방

이처럼 경제 법안들의 논의가 ‘올 스톱’되자 각종 대책의 정책 효과를 자신했던 정부는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가뜩이나 대외 여건도 불안한 마당에 부동산 경기나 기업투자를 유도하는 법안 처리마저 지연되면 성장률은 물론, 고용 소비 등 경기지표들의 회복도 줄줄이 미뤄질 수밖에 없다. 정부 당국자는 “각 부처에서 의원과 보좌관, 전문위원 등을 다각도로 접촉하고 있지만 대책들이 국회에서 묶인 채 시간만 흐르고 있어 답답할 따름”이라며 “경제는 ‘타이밍’인데 한시가 급하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정부가 경기 부진의 책임을 국회에 떠넘기고 있다고 반박한다. 지난주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현 부총리가 “내년 성장률 전망은 정책 효과를 전제로 한 것”이라며 국회를 우회적으로 비판하자 새누리당 의원들은 “정부도 대책만 내놓고 ‘강 건너 불 보듯’ 할 게 아니지 않으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역시 “공약 불이행의 책임을 야당에 돌리려는 의도”라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이날 “국가와 공기업 부채 문제가 큰 과제”라며 “정확한 자료를 공개해 국민이 실태를 알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평소 ‘재정에 관한 투명한 정보 공개’를 중시하는 박 대통령의 소신이 반영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세종=유재동 기자·동정민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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