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넌 어떻게 해서 대머리 총각과 결혼하게 되었어?”
지난번 친구들의 모임에서였다. 친한 사이였지만 그때는 차마 물어보지 못했던 것을, 우리 남편들의 머리숱 역시 하향 평준화되어가는 마당인지라 한 친구가 부담 없이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데 평소에 똑 부러지게 똑똑한 그 친구의 대답이 의외로 허술했다. 대머리인 줄 잘 몰랐다는 것이다.
대여섯 명 친구들이 “에이∼” 하며 실망했는데 다른 한 친구가 정색을 했다.
“난 처녀 시절에 남자의 외모는 상관하지 않는데 얼굴에 점 있는 사람은 무척 싫어했거든. 그런데 결혼하고서 한참 지났을 때였어. 남편 얼굴에 커다란 점이 있는 거야. 그것도 눈썹 바로 위에 있는데 내가 그때까지 그걸 못 봤다니 기가 막혔어.”
예민하고 눈 밝은 친구의 말인지라 우린 “정말?”을 반복했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처녀 시절, 이건 좋고 저건 싫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머리숱이 조금 더 많든 적든, 얼굴에 점이 있든 없든 말이다.
사실 그날은 쉰이 넘었는데 아직 결혼하지 않은 친구가 우리에게 남자 친구를 선보인다고 하여 모인 자리였다. 우리는 그 남자 친구에게 예전의 철없는 잣대를 들이대진 않았지만 그래도 여러 가지 칭찬의 말 중에는 “머리숱 정말 많더라!”도 들어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이 나이에 친구의 결혼 상대를 만나 채점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니 얼마만이냐고 감격스러워하면서, 어쨌든 늦은 나이에 연애를 시작한 친구 커플에게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냈다.
윤세영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