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전 1위 뒤 후배들에 일침 “재능 있는데 쉽게 포기 너무 답답”
41세의 나이에 전국체전 여자 마라톤 풀코스에서 우승한 ‘철녀’ 윤선숙(강원도청·오른쪽)과 팀 후배 김도연. 인천=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윤선숙은 1992년 마라톤에 입문해 21년간 풀코스를 31회 완주하며 우승만 12번 한 ‘철녀’다. 마라톤인들은 딴짓하지 않고 마라톤에만 집중하며 숱한 우승을 거머쥔 성실의 대명사 이봉주에 빗대 ‘여자 이봉주’로 부른다. 하지만 윤선숙은 “내가 아직도 우승하는 한국 마라톤의 현실이 안타깝다”며 한숨을 쉰다. 이번 여자 마라톤에서 2위를 한 안슬기(20·SH공사)와의 나이 차가 무려 스무 살. 20, 30대 젊은 후배들이 선수론 ‘할머니’인 자신보다 뒤에서 달리고 있는 것에 “내가 잘난 게 아니라 후배들이 노력을 하지 않아서”라고 잘라 말한다.
“해보지도 않고 지레 ‘난 안돼’라고 말하는 후배가 많다. 뭐든지 일단 해보고 안 된다고 해야 하는데 대회에 출전하기도 전에 포기하는 아주 못된 행태가 한국 마라톤을 뒷걸음치게 하고 있다.”
윤선숙은 “(김)도연이는 몸도 타고났고 지구력 스피드도 좋다. 조금만 관리해 훈련하면 국내는 물론이고 국제무대에서도 통할 실력을 만들 수 있다. 나보다 훨씬 좋은 기록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선숙은 훈련 파트너는 물론이고 심리상담가 역할도 하는 등 친언니같이 김도연을 보살피고 있다. ‘은퇴는 언제 하느냐’는 질문에 윤선숙은 “후배들을 위해 그만 달려야 하는데 다시 후배들을 생각하면 계속 달려야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나도 하는데 너희는 뭐 하냐’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얘기다.
윤선숙은 “마라톤을 잘하면 먹고사는 데도 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힘은 들지만 땀 흘린 만큼 보상을 받는 아주 정직한 스포츠”라고 덧붙였다. 실업팀에서 잘하면 연봉과 상금 등 1년에 1억 원 가까이 벌 수 있다. 국제 경쟁력이 있는 선수는 훨씬 더 잘 번다. 윤선숙은 20년 넘게 선수생활을 하며 상당한 부를 축적해 ‘봉달이’ 이봉주와 함께 마라톤계의 ‘알부자’로 알려졌다.
인천=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