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경찰청 6월 도입… 적은 비용 큰 효과
음주운전 신고자 황모 씨가 14일 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린 블랙박스 화면. 13일 오후 10시 54분경 서울 강동구 성내동 편도 5차로 도로에서 음주운전 차량이 차선 한가운데로 비틀거리며 달리는 장면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 캡처
서울지방경찰청은 6월 10일부터 음주운전차량 신고자에게 심의를 거쳐 포상금 3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 음주운전을 하다 신고자에게 적발당한 사례들을 보면 음주운전의 치명적인 위험과 천태만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만약 사전에 신고가 없었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김모 씨(50)는 7월 23일 오후 8시 40분경 만취한 채 스타렉스를 몰고 서울 양화대교 부근에서 올림픽대로 잠실 방면으로 질주했다. 밤이었지만 전조등조차 켜지 않은 채 지그재그로 난폭 운전을 일삼는 김 씨의 차를 보고 신고자가 경찰에 알리고 공동 추격전을 펼친 끝에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서 김 씨를 붙잡았다. 김 씨의 혈중알코올 농도는 0.174%로 면허 취소 수치였다.
시민 신고로 적발된 외국인 음주운전자도 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하다 보니 외국인마저도 거리낌 없이 운전대를 잡고 있는 것이다. 우즈베키스탄인 M 씨(36)는 10일 오전 1시 50분경 서울 강남 차병원사거리 인근에서 혈중알코올 농도 0.147%인 상태로 아반떼를 몰다가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윤모 씨(29)의 오른쪽 다리를 치고 달아났다. 윤 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힌 M 씨는 불법체류자로 면허도 없었고, 술에 만취해 뺑소니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M 씨를 구속했다.
음주운전 신고포상금 제도는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내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서울 시내 음주운전 신고는 지난해 월평균 267건에 그쳤지만 신고포상제를 도입한 6월 10일 이후부터는 월평균 582건으로 늘어 117% 증가했다. 포상제도를 시행한 6월 10일 기준으로 전후 3개월을 비교해 보니 음주 교통사고 건수는 21.7% 줄었고 사망자와 부상자도 각각 50%, 23.9% 감소했다. 서울경찰청은 6월 10일부터 8월까지 총 168건에 대해 포상금 504만 원을 지급했다. 제도의 악용을 막기 위해 단순 음주운전을 신고한 사람에 한해서만 포상이 이뤄진다. 음주운전자에 의해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이나 음주자의 차량을 운전한 대리기사, 직계가족, 음주 운전자와 술을 같이 마신 사람 등은 포상 대상에서 제외된다.
음주운전 포상제도는 효과가 입증됐지만 별도 예산이 배정되지 않아 일부 지방경찰청은 제도 시행을 중단하기도 했다. 제주지방경찰청은 2012년 11월 23일 이 제도를 가장 먼저 시작했지만 예산 부족으로 올 6월까지만 시행했다. 강원, 충북, 전남지방경찰청도 올해 제도를 시행했다가 3∼6개월 만에 중단했다. 현재는 각 지방경찰청이 자체적으로 수사예산을 일부 빼서 운영하고 있다.
제도를 처음 도입한 제주경찰청 관계자는 “포상제도 시행 이후 음주 교통사고가 20% 정도 줄어 확실히 효과를 봤지만 재정 문제로 별도의 예산이 배정될 때까지 잠정 중단한 상태”라며 “예산만 배정되면 언제든 다시 시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지방경찰청에 별도의 예산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