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수사]■ 검찰이 파악한 국정원의 대선 트윗-리트윗 전파 과정
특히 검찰은 SNS팀 직원들이 대선 기간에 자신들이 사용하는 트위터 계정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팔로어를 늘리는 방법을 모의하는 등 조직적으로 움직인 정황을 입증하는 문건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국정원의 대선 개입 논란이 한층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 5만5689건 어떻게 파악했나
하지만 수사팀은 지난주 초 추가 수사를 진행하며 당초 파악한 402개의 트위터 계정 외에 심리전단 직원들이 사용한 것이 확실시되는 300여 개의 트위터 계정 목록을 새롭게 발견했다. 특히 기존에 파악했던 402개의 계정과 새로 발견된 300여 개의 계정 가운데 100여 개는 서로 같았다. 수사팀은 새로 발견된 300여 개의 계정을 이용해 지난해 9월 1일부터 12월 18일까지 국정원 직원과 외부 조력자들이 올린 20만여 개의 트윗, 리트윗 글을 분석했다. 이후 대선 후보자를 지지·비방하는 내용의 트윗, 리트윗 글 5만5689건을 가려냈다. 수사팀은 이번에 밝혀낸 대선 관련 트윗, 리트윗뿐 아니라 정치 개입 관련 트윗도 분석한 뒤 추가 기소하거나 다시 한 번 공소장 변경을 신청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편 본보 취재 결과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가 주장한 ‘국정원 직원이 작성한 트윗 2233건’은 수사팀의 초기 수사 자료에 담긴 내용인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팀은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 3명을 체포해 추궁하는 과정에서 2명에게서 이 같은 진술을 얻었는데 이 수치가 그대로 정치권에 흘러들었다는 것이다. 수사팀은 이후 보강 수사를 거쳐 체포되지 않은 국정원 직원들의 트윗 글도 모두 파악했다.
○ ‘트위터 팔로어 늘려라’ 조직적 모의 정황
수사팀은 SNS팀 20여 명이 대선 기간에 자신들이 사용하는 트위터 계정의 영향력을 높이고 팔로어 추가를 모의하는 내용이 담긴 문서와 e메일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맞팔(서로 팔로어가 되는 것)을 맺거나 리트윗을 해 주는 방식으로 전체적인 트윗, 리트윗 수를 늘리는 한편 팔로어 수를 단기간에 급격히 늘리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새누리당은 트윗 글의 의미를 축소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김진태 의원은 “몇천 개 샘플을 분석했더니 리트윗 44%, 기사 포스팅(전달) 47%, 기사도 리트윗도 아닌 것 8% 등이었다. 그만큼 새로 추가한 범죄 사실이 허술하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사팀이 선거 개입 증거로 제시한 글 가운데 안철수나 문재인을 오히려 옹호하는 글도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검찰 내부에선 “신문기사를 올리거나 리트윗하는 행위도 선거나 정치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면 불법이며 문재인, 안철수 지지글로 보이는 것은 그 맥락을 자세히 읽어 보면 비방에 가깝다”고 반박하고 있다.
수사팀은 공직선거법과 국정원법을 모두 적용해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지난해 6월 기소한 댓글 사건과 이번에 기소한 트윗 글을 하나의 연속되는 범죄사실(포괄일죄)로 판단한 것이다. 공직선거법상 공소시효(선거일로부터 6개월)가 지났다는 새누리당과 국정원의 주장에 대해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이 이미 댓글 사건에 대해 기소했기 때문에 ‘포괄일죄’인 범죄를 공소장에 추가하는 것은 관련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창봉·권오혁 기자 cer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