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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북됐다 귀환한 어부, 35년만에 간첩누명 벗어

입력 | 2013-10-25 03:00:00

7년간 억울한 옥살이… 작년 재심 개시
첫 재판 변호사가 다시 맡아 무죄 이끌어




강원 강릉시 법무법인 율곡의 이관형 변호사(76)는 23일 재판 결과를 통보받고 눈시울을 붉혔다. 간첩죄 등을 뒤집어쓰고 7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박모 씨(77·충남)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1978년 재판에서 변론을 맡았지만 유죄 판결을 지켜봐야 했다. 그리고 35년 만에 같은 사건의 변론을 맡아 무죄를 이끌어낸 것.

박 씨는 강원 고성 앞바다에서 명태잡이 도중 납북됐다가 귀환한 뒤 1978년 경찰에 연행돼 간첩 혐의로 기소됐고, 개업 초기의 이 변호사가 변론을 맡았다. 당시 박 씨는 경찰의 구타와 가혹행위로 허위자백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정은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7년, 자격정지 7년을 선고했다.

박 씨는 아내와 이혼을 했고, 두 자녀와 친인척은 연좌제 때문에 번번이 취업에 실패했다. 1985년 8월 만기 출소한 박 씨는 고성을 등지고 전국을 떠돌며 힘겨운 삶을 살아야 했다. 그는 2011년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의 도움으로 지난해 7월 재심 개시가 결정됐다.

앞서 박 씨는 지난해 5월 이 변호사를 찾아와 변론을 부탁했다. 이 변호사는 재판 업무에서 손을 뗀 지 5년이 지난 데다 심적 부담이 커 처음에 거절했다. 그러나 박 씨의 거듭된 요청에 무료 변론을 약속했다. 수개월 만에 춘천지검 강릉지청에서 1600쪽 분량의 사건기록을 찾아 자료를 꼼꼼히 분석했다. 재판에서 경찰의 불법 구금과 가혹행위 등의 근거를 제시해 무죄를 이끌어냈다. 박 씨는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는 대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강릉=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