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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톡톡]내가 본 한국-한국인

입력 | 2013-10-25 03:00:00

365일 밤이 없는 나라, 24시간 돌아가… 새벽까지 술먹고 출근, 너무 신기해
지하철 버스에 온통 성형광고, 이런 나라 없다
학교갈때도 화장, 길에서 패션쇼 하는줄 알아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 요즘 TV에는 한국인보다 한국말을 더 잘하는 외국인들이 많습니다. 호주 출신인 샘 해밍턴은 한 방송사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한국 남자들처럼 군(軍) 생활까지 체험하고 있지요. 2013년 현재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무려 154만여 명. 이들이 바라보는 한국, 한국 사람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오혜진(연세대 식품영양학과 4학년) 권소영(연세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명재연(연세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동아일보 인턴기자가 각 대학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 학생들, 한국에 주재하는 외국인 직장인과 주부들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24시간 무엇이든 가능

한국에서는 24시간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다. 정말 즐겁다. 유럽은 저녁에는 사람들이 자는 것 말고는 할 게 없다. 오후 9시, 10시면 상점들도 다 문을 닫는다. 집에서 TV를 보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게 대부분이다. 독일에서는 노동법상 점원들이 일요일에 일하지 않아 주말에는 가게가 다 문을 닫는다. 한국의 일요일 쇼핑은 최고다. (독일·여·학생)

동대문에서 새벽 2시까지 구경한 적이 있는데 잠 안 자고 그 시간까지 장사하는 상인들이 신기했다. 층마다 점포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구경할 게 너무 많아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우즈베키스탄·여·학생)

한국은 안전한 나라다. 다른 나라에서는 오후 9시가 되면 남자인데도 못 나가게 한다. 한국은 자정이든, 새벽이든 사람들이 잘 돌아다닌다. 한국은 ‘밤이 없는 나라’로 외국에서 유명하다. ‘한국은 24시간 난리다’라고 외국 사람들은 말한다. (이란·남·직장인)

24시간 편의점이 참 신기하다. 덴마크에도 작은 가게가 있긴 하지만 오후 8시가 되면 문을 닫는다. 파는 물건도 담배, 음료수밖에 없다. 한국의 24시간 편의점에서는 내가 필요한 모든 것을 살 수 있다. (덴마크·여·학생)

새벽까지 운영되는 클럽이 많고 늦게까지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밤에도 심심할 틈이 없다. (미국·여·학생)

족발, 보쌈, 중국집 음식 등 다양한 음식이 새벽까지 배달되는 게 신기하다. 배달시킨다고 돈을 더 받는 것도 아니고 편리해서 좋다. (이탈리아·남·학생)

돌솥비빔밥을 시켜 먹었는데 나중에 그릇을 다시 찾으러 오는 것이 무척 신기했다. (핀란드·여·학생)

새벽까지 술을 그렇게 많이 마셔도 다음 날 학교에 가거나 회사에 가는 한국 사람들이 신기하다. 술을 마시면서도 컨디션을 잘 조절하는 거 같다. (중국·여·직장인)

BB크림 바르는 남자들

한국 남자들은 외모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옷도 단정하게 입는다. 밖에 나갈 때 머리 손질은 기본에 화장품을 바르기도 한다. 특히 남자들이 BB크림을 바르는 것은 충격이었다. 독일에서는 남자들이 옷차림에 크게 관심이 없다. 중요한 약속이 있을 때만 차려입는다. (독일·남·학생)

한국 여자들은 학교에 갈 때, 잠깐 어디에 나갈 때까지 화장을 하는 것 같다. 미국에서는 파티를 갈 때나 여자들이 화장을 한다. 미국 대학생들은 학교 갈 때 그냥 티 입고 운동화 신고 다니는데 한국 여학생들은 화장, 머리 손질은 기본에 옷도 차려입는다. 학교에서 하이힐까지 신고 다니는 게 신기했다. (미국·여·학생)

한국 여자 친구들하고 밥을 먹을 때, “이건 몇 칼로리다” 하면서 살찐다고 하는 게 신경 쓰였다. 미국에서는 다이어트라고 하면 채소를 많이 먹고 운동하면서 몸을 건강하게 하는 건데 한국에서는 굶어서까지 살을 빼는 것이었다. 오히려 건강에 안 좋을 거 같다. (미국·여·직장인)

처음 서울에 왔을 때, ‘길에서 패션쇼가 열리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남자들도 예뻤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옷 입는 스타일이 다 비슷했다. (미국·남·사업가)

너무 솔직하다

오랫동안 알아온 친구가 있는데 진짜 친형님 같다. 부탁하면 뭐든지 들어준다. “형, 부탁 좀 해도 되요?” 하면 “알았어, 말해봐”라고 한다. 다른 나라 사람들도 많이 만나봤지만 한국 사람들이 확실히 정이 많다. 기분 나쁜 일이 있으면 술 한잔하면서 말하고 푼다. 거짓말이 없다. 한국 사람들은 할 이야기는 해버린다. (이란·남·학생)

시골에 가서 밥을 먹고 있으면 마을 사람들이 대부분 “여기 와서 같이 먹자”고 부른다.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먹을 것을 나눠 주고 술 마시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한다. 먹을 것을 챙겨 줄 때도 있고 자기 집에서 자고 가라고 하기도 한다. 이런 모습에서 한국 사람들의 정을 느꼈다. (미국·남·학생)

한국 사람들이 솔직한 것은 사실 겉모습이나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것이다. 자기가 실제로 생각하고 있는 바나 가치관, 정치적 의견 등은 오히려 드러내지 않는다. 친해지기 전에는 오히려 더 무뚝뚝하다. (네덜란드·남·학생)

한국 사람들은 영역이 분명하다. 자기 집단의 경계가 뚜렷해서 들어가기 어렵다. 일단 내 집단에 들어왔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끈끈하고 살갑게 챙겨 주지만 외국인에게 그 문이 쉽게 열리지 않는다. 한국어와 문화를 열심히 배워도 나는 영원히 한국 사람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남·직장인)

한국 사람들은 하고 싶은 말을 솔직하게 한다. 중국 사람들은 특히 외모에 대해서 별로 말하지 않는데 한국 여자들은 “너 살쪘다”, “피부가 안 좋아졌다” 등 다른 사람의 외모에 대한 말도 거리낌 없이 하는 것 같다. (중국·여·학생)

일-스마트폰 중독

한국 사람들은 일을 너무 많이 한다. 신입으로 들어가면 오후 10시나 11시까지 일하기 일쑤다. 독일은 유럽에서 일을 많이 하는 나라이지만 한국만큼 많이 하진 않는다. 한국 사람들 너무 힘들 것 같다. (독일·남·학생)

한국 남자들은 ‘일’에 자신의 정체성까지 두는 것 같다. 삶의 우선순위 중 직장에서 성공하는 것에 큰 가치를 둔다.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상사에게 충성하다 보니 하라는 대로 무작정 일만 열심히 하는 것이다. (미국·남·직장인)

작년 1월에 사업을 하려고 한국에 왔는데 한국인들이 매일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길 가다가도 사람들이 스마트폰만 들여다봐서 부딪힌 적이 많다. (이탈리아·남·직장인)

지하철 안에서 모든 사람이 드라마나 야구 경기를 본다. 카페 안에서 커플이 앉아 있어도 눈은 각자 스마트폰을 보는 경우도 봤다. (일본·여·주부)

성형의 나라


어느 나라를 가도 이렇게 성형외과 광고가 지하철이나 버스에 많은 나라는 없을 것이다. 물론 미국도 성형을 하지만 이렇게 광고가 어디에나 있지는 않다. 성형수술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다. 이것도 수술인데…. (미국·여·학생)

위생 부분은 정말 아쉽다. 사람들이 의외로 길거리에 침을 많이 뱉고 특히 큰 그릇에다가 찌개를 떠서 나눠 먹는 부분이 문화라고는 하지만 나에게는 낯설고 위생적이지 않아 보였다. (영국·남·학생)

남녀가 화장실을 같이 쓰는 식당이나 술집이 이해가 안 간다. 남자 화장실에 여성이 들어와 청소를 하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중국·남·학생)

한국 사람들은 가족 간의 유대를 중요시하는 것 같다. 일본에서는 며느리들이 시댁에 대해 부담을 갖지 않는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에 연락도 한국 사람들만큼 자주 하지 않는다. (일본·여·주부)

한국 여자들은 일을 하면서 집안일까지 대부분 떠맡는 것 같다. 중국은 가사일을 남녀가 균등하게 하는데 한국은 이런 게 불평등해 보인다. (중국·여·직장인)

한국 드라마를 보면 꼭 한 여자를 두 남자가 좋아한다. 드라마만 보면 사람들의 인생에서 연애, 사랑이 최우선이고 일은 부차적인 것 같아 보인다. (미국·남·학생)

한국은 영어 광풍에 사로잡혀 있다. 모든 사람이 영어교육 시스템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바꾸려는 의지가 없다는 것이 의아하다. (캐나다·남·학생)

서울은 굉장히 국제적인 도시여서 사실 영어만 해도 사는 데 별 지장이 없다. 하지만 이상하다고 느꼈던 건 내가 영어로만 이야기할 때 오히려 한국 사람들이 먼저 다가왔다는 것이다. 한국말을 어느 정도 잘하게 되자 사람들이 더이상 나와 친해질 필요가 없다고 여기는 것 같았다. 한국 사람들은 영어를 잘 못하는 자신을 부끄러워하고 영어 연습을 하기 위해 외국인들과 친해지려는 것처럼 느껴졌다. (미국·남·직장인)

한국 사람들은 부모, 자식과의 관계가 유난히 끈끈하다. 미국에서는 자식이 18세가 되면 부모가 나가라고 한다. 30대에 대학원생인데 여전히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한국 남자들을 많이 봤다. 자식이 부모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미국·남·학생)

정리=노지현 오피니언팀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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