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재판 정통… 朴대통령과 인연 없어, 법원 행정 - IT분야에도 조예 깊어현직 법원장으론 첫 감사원장 직행
25일 신임 감사원장으로 지명된 황찬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이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장실에서 축하 전화를 받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감사원장 인선에 시간이 오래 걸린 이유는 감사원장의 임기를 지켜 줄 수 있을 정도로 공정하게 정부에 대한 감사 역할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을 고르기 위해서였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황 후보자는 박 대통령과는 특별한 인연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이 제3자의 추천을 받고 검증과 평판 조회를 받아 본 뒤 청렴하고 강직한 성품의 소유자로 불편부당하게 감사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감사원장의 임기가 4년인 점을 감안하면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경우 황 후보자는 박 대통령과 거의 임기를 같이하게 된다.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과 직무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최대 숙제로 꼽힌다.
황 후보자는 사법부 내에서 온화한 성품의 소유자이면서 카리스마 있는 리더십을 갖춘 법관으로 통한다. 헌법재판관과 대법관 후보에 매번 이름을 올릴 정도로 법률적으로도 깊은 식견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황 후보자는 정보기술(IT) 분야 전문가로 손꼽힌다. 1996년 한국정보법학회 출범을 주도해 10년 가까이 회장을 맡았다. 현재 정보법학회는 법관을 비롯해 경제학자, IT 전문가 등 300여 명이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황 후보자는 1997년 당시 사법부가 주도한 등기 전산화 작업을 주도해 등기 전산 시스템을 정착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훈장을 받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감사원이 정부 3.0을 통해 모든 정부 자료를 공유할 경우 적은 인력으로 효율적인 감사가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만큼 관련 시스템 구축 작업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 행정에 능통한 법관으로도 분류된다. 황 후보자는 취임 이후 판결문 간소화 작업을 추진하기도 했다. 공석이 되는 서울중앙지법원장 자리는 강형주 서울중앙지법 민사수석부장(54·13기)이 권한 대행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황 후보자는 고도 근시 판정을 받아 병역이 면제됐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대법원 요청으로 한 번 소명할 기회가 있었다. 청문회에서도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황 후보자는 올해 3월 정부가 공개한 고위직 재산변동 신고 명세(지난해 12월 31일 기준)에 12억4955만 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민주당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현직 법관을 대통령 직속기관인 감사원장으로 내정한 것은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인사”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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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민·강경석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