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친구가 남자 선배로부터 “콘서트에 가자”는 제안을 받았다면 남자 입장에선 어떤 반응을 보이는 것이 좋을까. “하고 싶은 대로 해”라며 대범한 사람도 있겠지만 이런 반응은 여성을 실망시킬 가능성이 높다. 그녀가 듣고 싶은 말은 “적당히 거절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정도다.
여성은 은근한 구속을 원할 때가 있다. 남자의 구속 의지에서 관심과 애정을 확인하고 싶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녀가 이런 척도를 그에게도 적용하려 할 때이다. 그녀는 그가 가급적이면 모든 일을 상의해 오기를 기대한다. 상대를 구속하고 또한 기꺼이 구속받는 게 그녀에게는 당연한 것이다.
그녀에게 있어 그에 대한 잔소리 또는 비평은 더욱 돈독한 사이를 만들기 위한 ‘친밀함의 표현’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듣기 싫은 내용’일 수 있다. 게다가 그녀는 그가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해 같은 얘기를 반복한다. 그러다 보면 그는 더욱 불편해진다. 어쩔 수 없는 것을 그녀가 자꾸 비평함으로써 자신의 무능력을 들춰내려는 것만 같다.
사람 사이에서는 시기나 질투보다 위험한 게 열등감이라는 감정이다. 시기 혹은 질투는 남에 대한 감정이지만 열등감은 스스로에 대한 느낌이어서 눈을 뜨고 있는 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그는 열등감을 자극하는 비평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그녀와의 대화를 피하려고 한다. 그녀에게는 그의 행동이 자신에 대한 부정으로 받아들여진다. 사랑하는 이에게 존재를 부정당한 그녀는 격렬한 분노에 휩싸이게 된다. 남녀 간의 큰 싸움은 대개 이런 식으로 불이 붙는다.
미국의 언어학자 데버러 태넌은 “남자가 여자의 말을 남자 방식으로 이해하면 그녀가 자신을 비난하고 있다고 생각해 무시하거나 맞서 싸우려고 하지만, 여자의 입장을 이해할 경우 사실은 돌봐주고 싶은 의도임을 깨닫게 된다”고 지적한다.
간섭이 많은 여성일수록 자신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 주기를 원하며, 정작 그들이 바라는 것은 충분한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만족감이다.
한상복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