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관상’ 시나리오 감수 김용남 관상가 인터뷰
영화 ‘관상’ 관람객 수가 900만 명을 넘어섰다. 9월 11일 개봉한 후 한 달여 만이다. 조선 초를 배경으로 조카의 왕위를 빼앗으려는 수양대군과 이를 막으려는 김종서의 한판 승부를 다룬 이 영화에서 이야기를 끌어가는 인물은 ‘관상쟁이’ 김내경. 사람 얼굴만 보면 성격부터 앞날까지 한눈에 읽어내는 능력자다.
‘관상’ 시나리오를 감수한 관상가 김용남(46·사진) 씨는 “사람의 상(相)을 제대로 보려면 풍감지기(風鑑之氣)가 필요하다. 이목구비뿐 아니라 기색(氣色)과 기세(氣勢)까지 함께 읽는 능력이다. 이것을 갖추면 관상을 통해 얼마든지 사람의 성격과 앞날을 알아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만화 ‘꼴’을 감수한 관상가 신기원 씨의 제자로, 20년 넘게 관상을 공부해왔다.
▼ 사람들은 흔히 관상을 ‘얼굴 읽기’로 생각지 않나.
▼ 영화 ‘관상’에서 한 기생은 김내경의 조언을 듣고 코에 점을 만들어 운을 바꾼다. 눈, 코, 입의 생김새나 점의 위치도 길흉화복에 영향을 미치나.
“영화의 그 부분은 허구다. 영화에서처럼 특정 위치에 점을 하나 찍는다고 사람 운이 바뀌지는 않는다. 관상학에서는 밋밋한 점을 굳이 빼거나 만들 필요가 없다고 본다. 다만 봉긋한 점은 다르다. 피부 위로 봉긋하게 솟아올라 있고 표면에 윤기가 흐르며 털이 돋아 있는 점은 복을 상징한다. 그런 점은 인위적으로 만들 수 없으니 타고나는 수밖에 없다.”
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기색과 기세
▼ 눈, 코, 입 생김새는 어떤가.
“훤한 이마, 반듯한 코, 단정한 입, 잘생긴 귀가 복과 귀(貴)를 상징하는 건 맞다. 목소리, 몸의 기운, 눈빛 다음으로 이런 생김을 본다. 그러나 운을 얻으려고 수술로 이목구비 모양을 바꾸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인상은 바뀔지 모르나 그 안에 깃든 우주 기운은 변하지 않는다. 관상은 겉모습이 아니라 내면을 보는 것이다.”
“상을 변화시키는 건 수술이 아니라 기색과 기세다. 기색은 얼굴에 드러나는 빛을 가리키는 말이다. 예를 들어 눈썹이 아주 수려하게 생긴 수험생이 있다고 하자. 눈썹은 ‘문서궁’이라고 하여 수험운을 보여준다. 시험을 앞두고 수험생의 눈썹 주변이 밝게 빛나면 수석 합격할 상으로 풀이한다. 하지만 어두운 기운이 서리면 아무리 눈썹 모양이 좋다 해도 이번 시험에는 운이 닿지 않는 것이다.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인 기세도 중요하다. 현재 그 사람의 기운이 세상의 기운과 어우러져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따라 상이 달라진다. 시류에 올라타면 기세가 번성하고 운이 따라온다. 시류에 역행할 경우 이목구비와 기색이 아무리 좋아도 성공할 수 없다.”
김씨는 지난해 대통령선거(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한 것은 시류의 힘이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당시 기색 면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박 대통령을 앞섰다. 문 후보는 입매가 반듯하고, 법령(法令·팔자주름)이 좋아 높은 지위에 오를 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타고난 복은 많지 않지만 상황에 맞게 잘 움직이는 능수능란함을 지닌” 박 대통령이 시류와 화합하며 강한 기세로 문 후보를 압도함으로써 대권을 손에 넣었다고 한다. 김씨는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은 대인의 풍모를 갖고 있었다. 위대하고 단단한 느낌을 줬다. 그런데 요즘엔 상대적으로 왜소해 보인다”며 “기세가 약해진 것”이라고 했다.
꾸준히 마음 수양하면 운 개선
그는 과거 ‘신뢰의 정치인’으로 불리던 박 대통령이 최근 ‘공약을 지키지 않는다’는 비판에 직면한 이유도 ‘기세’에서 찾았다. “용모로 볼 때 박 대통령은 신의를 중히 여기는 사람이 맞다. 기세가 약해지다 보니 이를 밀고 나가지 못할 뿐”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씨는 “지도자의 기세가 약해지면 나라 또한 위태로워진다. 반대로 국운이 약해지면 지도자의 기세가 약해지기도 한다. 어느 쪽으로 해석하든 당분간은 나라가 안팎으로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 어쨌든 좋은 상을 갖는 것이 성공의 전제 조건인가.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배우자가 본인의 부족한 면을 보완해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될 만한 상이 아니다. 눈빛이 강렬하고 코 모양도 좋지만 서울시장 정도가 최대치였을 것으로 보인다. 그를 대통령 자리까지 이끈 건 아내 김윤옥 여사다. 전체적으로 모난 데 없이 동글동글한 모습이 딱 영부인상이다.”
그렇다면 타고난 상이 보잘것없고, 배우자복도 없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 김씨는 “외모는 내면의 반영인 만큼 꾸준히 마음을 수양하면 상을 바꿀 수 있다”고 했다.
“생각은 말을 만들고, 말은 행동을 만들며, 행동은 습관을, 습관은 인격을 만든다. 인격이 달라지면 상이 바뀌고 운명도 바뀐다. 어제의 마음이 오늘의 얼굴이 되고, 오늘의 마음이 내일의 얼굴이 된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분명히 좋은 상을 갖게 된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