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공급 부족한 시장상황 오판… 출시 한달 ‘천덕꾸러기 상품’ 전락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목돈 안 드는 전세1’은 지난달 30일 6개 시중은행(신한, 우리, 하나, KB국민, IBK기업, NH농협)을 통해 판매가 시작됐지만 현재까지 계약은 한 건도 되지 않았다. 이 상품은 전세 계약 갱신 시 보증금 상승분을 집주인이 자신의 명의로 대출을 받고 세입자가 이자를 납부하는 상품이다. 세입자는 인상된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추가로 대출을 받을 필요가 없고 주택담보대출 이자만 납부하면 되므로 부담이 줄어든다. 금리는 최저 3.4%에서 최고 4.9% 정도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신용대출 금리보다 2∼3% 낮고 일반 전세자금 대출 금리보다는 0.5%포인트 정도 저렴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목돈 안 드는 전세1에 가입하는 집주인에게 대출금에 대한 소득세 비과세, 담보대출 이자 납입액에 대한 소득공제, 재산세·종합부동산세 감면 등의 혜택을 주겠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던 셈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정부가 전세 공급에 비해 수요가 적었던 1990년대 나온 논문을 바탕으로 제도를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목돈 안 드는 전세1보다 한 달 앞서 출시된 목돈 안 드는 전세2의 실적도 저조하다. 이 상품을 이용하면 세입자가 보증금반환청구권을 은행에 넘기는 조건으로 기존 상품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1과 달리 2는 신규 전세 계약에도 적용된다. 6개 은행에서 판매를 개시한 후 두 달 동안 전체 판매 실적이 186건, 금액으로는 120억 원에 불과하다. 한 개 은행에서 하루에 평균 1건의 대출도 이뤄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세입자가 목돈 안 드는 전세2 대출을 이용하려면 보증금반환청구권이 은행에 넘어가는 것에 대해 집주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이 역시 집주인이 이런 동의를 해주면서 세입자를 구해야 할 필요가 없다는 점 때문에 대출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