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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경제뉴스]시장은 합리적이라는데… 주식-부동산 거품은 왜?

입력 | 2013-10-28 03:00:00


시장 비효율성 증명 vs 효율적 시장론 주장 정반대 학자들 이례적 공동수상 (동아일보 2013년 10월 15일자 A2면)

《 실러 교수는 기존 경제학이 설명하지 못하는 시장의 비효율성을 행동경제학으로 설명해내 2000년대 초 미국의 ‘닷컴버블’과 2008년 부동산 시장 폭락을 일찌감치 예측한 ‘위기의 예언자’로 꼽힌다. (중략) 파마 교수는 효율적 시장 이론의 주창자다. (중략) 경제 전문가들은 이처럼 정반대 입장에 섰던 두 교수가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것에 대해 “의외의 결과”라고 평가한다. 》

Q: 올해 노벨 경제학상은 로버트 실러 미국 예일대 교수와 유진 파마 시카고대 교수 등 3명이 공동 수상했습니다. 학계에서는 실러 교수와 파마 교수가 공동 수상한 것에 대해 크게 주목했습니다. 두 교수가 시장을 바라보는 방식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죠. 실러 교수는 경제학에 행동심리학을 접목해 시장의 비효율성을 증명한 학자입니다. 반면 파마 교수는 시장이 효율적이기 때문에 정부의 개입을 줄여야 한다고 믿는 대표적인 경제학자입니다. 2000년대 들어서 자산가격의 거품이 형성된 후 붕괴되는 일이 이어지면서 실러 교수의 논리는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시장과 가격은 합리적으로 움직인다’는 주장이 경제학의 기반입니다. 두 주장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그에 따른 대책은 또 어떻게 다를까요?

○ 투자자의 비이성이 만드는 가격 거품


노랗고 빨갛게 탐스러운 꽃봉오리로 피어나 4, 5월경에 우리 마음을 싱그럽게 해주는 튤립. 한 송이 꽃에 불과한 튤립도 자산시장에서 투자대상이 되어 거품이 형성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1630년대에 네덜란드에서 발생한 일명 튤립 버블. 당시 탐스럽고 아름다운 꽃봉오리를 피우는 양파만 한 크기의 튤립 뿌리 하나의 가격은 수도 암스테르담에 작은 저택을 사기에도 충분한 액수였습니다. 과히 당시에 형성된 거품이 얼마나 컸는지를 쉽게 연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대상이 무엇이든 가격 상승이 기대된다면 충분히 투자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이때 투자대상의 가격은 그 실체가 지니고 있는 적정 가치가 반영되어 수요와 공급에 의해 형성되기 마련입니다. 그 실체가 지닌 가치만큼 적정 가격이 형성된다면 결정된 가격에 대한 논란은 없겠지요. 하지만 적정 수준보다 가격이 높게 형성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처럼 실체에 비해 과장되게 부풀려진 부분을 거품이라 합니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 공동 수상자 중 실러 교수와 파마 교수는 자산가격결정 이론과 거품에 대한 견해가 완전 상반된 학자들이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자산가격에 형성된 거품을 오랜 동안 연구한 실러 교수는 경제학에 행동심리학을 접목했습니다. 시장의 비효율성과 투자자들의 비이성적 행동을 고려해 행태재무학적 관점에서 경제주체의 잘못된 기대가 투자대상의 가격을 적정 가격보다 높게 인식하게 만들어 거품이 형성된다고 설명합니다. 2000년대 초 미국에서 발생한 닷컴 버블이나 글로벌 경제침체의 도화선이 된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은 투자자들의 비이성적인 행동 때문에 발생된 최근의 거품 사례라 할 수 있지요.

○ 거품의 형성과 파열


실러 교수처럼 행태재무학에서는 시장참여자들이 비이성적으로 판단하여 투기적 성향을 갖는다고 전제합니다. 때문에 이들이 살아가고 있는 시장은 비효율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자유롭게 놔두면 거품의 형성과 파열로 인한 급격한 가격 변화로 시장은 망가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 개입과 같은 ‘보이는 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실제 가치가 아니라 주로 투자자의 비이성적인 열광에 의해 일시적으로 가격이 상승되고 유지되는 현상을 투기적 거품이라 합니다. 투기적 거품은 가격 움직임에 대한 비이성적인 시장참여자들의 반응이 순환 고리를 만들어 가격 상승을 증폭시키기 때문에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수요 증폭→낙관적 시각 형성→가격 상승→수요 증폭→가격 상승→…’이라는 과정이 연쇄적으로 상호 작용하는 과정에서 투자대상의 본질적 가치가 아닌 거품 그 자체가 폭증하여 가격 상승이 지속되기 때문이지요. 만일 집이나 땅처럼 공급을 빠른 시간 내에 늘릴 수 없는 대상이라면 거품이 유인하는 가격 상승 속도는 더 빨라지게 됩니다. 이와 같은 가격 상승 추세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을 100% 믿고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기면 주택시장에서의 가격 예측은 쉽다고 느껴져 부동산 가격이 상당히 합리적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됩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순환과정 중 누군가 한 명이 이성을 되찾아 투자대상에 거품이 꼈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 그 대상의 가격은 급락하게 되고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만큼 시장이 무너지게 됩니다. 이 과정을 “거품의 파열”이라 하고 “거품이 터졌다”라고도 하지요.

○ 거품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상반된 견해도 있어

이러한 견해에 완전 배치되는 또 다른 이론이 1965년에 등장한 이후 오랜 기간 금융시장을 지배해 온 파마 교수의 효율적 시장가설이랍니다. 이 가설에서는 투자대상에 대한 모든 정보가 가격에 즉각 반영되기 때문에 단기적인 투자수익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합니다. 예를 들어 시장에서 형성된 새로운 정보가 주가에 매우 빠르게 반영되기 때문에 단기적인 주가 예상은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지요.

이처럼 파마 교수는 인간의 합리성과 시장의 효율성을 100% 신뢰합니다. 모든 정보가 시장가격에 즉각 반영되므로 자산가격은 예측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효율적 시장가설 신봉자들은 정부의 개입과 규제는 필요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들은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이성적 인간으로 이루어진 시장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스스로 균형을 찾아가므로 시장이 자유롭게 작동될 수 있도록 그냥 놓아두면 된다고 본 것이지요.

김지연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자산가격 움직임을 설명하는 상반된 두 이론을 연구한 학자들이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함으로써 결국 시장 신뢰성 여부에 대한 판단은 투자자들에게 넘겨지게 되었습니다. 당사자들로서는 자산가격 예측에 대한 오랜 기간의 연구 성과를 인정받게 된 것이지만, 이들의 공동 수상으로 투자자들은 어떤 이론에 근거하여 자산시장에 투자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해결되지 않게 된 것이지요. 현재로서는 합리적인 투자결정을 위한 투자자들의 명확한 판단기준과 투명공시 등 시장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지속적인 제도 개선 노력만이 해답이 될 듯합니다.

김지연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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