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2루수 오재원(왼쪽)이 27일 KS 3차전 4회초 1사 만루서 박한이의 유격수 땅볼 때 손시헌의 송구를 어렵게 잡아낸 뒤 2루로 슬라이딩해 들어온 1루주자 이승엽을 포스아웃시키기 위해 베이스로 다리를 쭉 뻗고 있다. 오재원의 발이 먼저 2루에 닿은 것처럼 보였으나 심판은 세이프를 선언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KS 2승 먼저한 두산 말 아끼는 이유
2007년 1·2차전 이기고 역전패 악몽
김진욱감독 “과거일 뿐…연결짓지 마”
김진욱 감독을 비롯한 두산 선수단의 어느 누구도 우승을 다한 것처럼 굴지 않았다. 오히려 말을 아끼는 기색이 역력했다. 2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한국시리즈(KS) 3차전을 앞둔 두산 덕아웃의 분위기가 그랬다. 왜 두산은 우승이 가까워질수록 몸을 사렸던 것일까. 두산 내에선 그 누구도 아픔을 들춰내고 싶진 않겠지만, 과거에 당했던 ‘트라우마’가 낙인처럼 새겨진 탓이리라.
● 2007년 KS에서 무슨 일이?
지난해까지 프로야구 31년 역사상 KS 1·2차전을 모두 이긴 팀이 우승에 실패한 전례는 딱 한 번 있었다. 그 희생양이 하필이면 2007년 두산이었다. 당시 플레이오프(PO)에서 한화에 3전승을 거두고 올라간 두산은 문학에서 열린 KS 1·2차전에서도 SK를 2-0, 6-3으로 연파했다. 1차전은 에이스 리오스의 완벽투로 완봉승, 2차전은 이대수의 결정타로 역전승을 거뒀다. 그러나 잠실로 옮겨 치러진 3차전에서 SK는 6회에만 무려 7점을 뽑아내며 9-1로 이겨 반격에 성공했다. 또 3차전에서 터진 벤치 클리어링은 두산 선수들의 평정심을 흔들었다. 결국 리오스를 4차전에 당겨쓰고도 두산은 SK 루키 김광현에게 7.1이닝 9삼진 무실점으로 철저히 눌리며 0-4의 완패를 당해 흐름을 완전히 잃었다. 5차전마저 0-4로 무너진 두산은 문학으로 옮겨간 6차전에서도 2-5로 패해 다 잡은 줄 알았던 KS 우승에 실패했다.
불길하게도 두산을 둘러싼 상황은 2007년 KS와 흡사하게 돌아간다. 적지에서 극적으로 2승을 거둔 뒤 오히려 홈인 잠실로 와서 패한 것부터가 그렇다. 2007년 3차전에선 빈볼시비로 페이스를 잃었다면, 2013년 3차전에선 심판 탓에 애매한 상황이 빚어져 선수단이 흥분했다. 4차전마저 내주면 심리적으로 쫓기는 쪽은 두산일 수밖에 없다. 체력 부담이 큰 데다 부상자마저 속출하고 있다. 그러나 두산 김진욱 감독은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며 2007년의 악령과 연관짓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두산은 남은 4경기 중 2승을 더하면 우승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 서 있는 게 사실이다. 삼성으로선 2007년 SK의 역전 우승 사례를 들추고 싶어 하지만, 두산은 2007년의 트라우마를 털어내고 싶어 한다.
잠실|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 @matsr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