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오승환은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2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3-2로 아슬아슬하게 앞선 9회말 등판한 오승환(21번)이 1이닝 2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경기를 마무리한 뒤 기뻐하는 동료들에게로 걸어가고 있다. 연장 13회 접전으로 펼쳐졌던 2차전 패전투수의 아픔을 씻는 역투였다.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 2차전 설욕…삼성 반격 1승
슬라이더·코너워크 스마트 피칭 주효 “난 던질수록 강해진다”…PS 역대 최다 11번째 세이브
3루 쪽 관중석에서 수업 종료를 알리는 벨소리가 울렸다. 이어지는 철벽 마무리의 테마곡, ‘라젠카, 세이브 어스(Lazenca, save us).’ 굳게 다문 입술로 마운드에 오른 ‘돌부처’ 오승환(31·삼성)은 가볍게 세 타자를 범타 처리했다. 1이닝 2탈삼진 무실점. 본인의 한국시리즈(KS) 통산 9번째 세이브(역대 최다)였다. 오승환은 포스트시즌(PS) 통산 11번째 세이브(역대 최다)를 기록하며, 구대성(10세이브)을 제치고 이 부문 단독 1위로 치고 나갔다. 오승환을 앞세운 삼성이 2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S 3차전에서 두산을 3-2로 꺾고, 2패 뒤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양 팀의 4차전은 28일 오후 6시 역시 잠실에서 펼쳐진다.
오승환은 25일 대구에서 열린 KS 2차전에서 4이닝 8탈삼진으로 역투했다. 본인의 PS 최다이닝 투구 타이였다. 투구수는 무려 53개. 6연속 탈삼진으로 KS 최다연속 탈삼진 타이기록도 세웠다. 그러나 눈부신 호투에도 불구하고 연장 13회초 두산 오재일에게 결승 솔로홈런을 허용하며 패전의 멍에를 썼다. 오승환은 27일 “패전투수가 기분이 좋았을 리가 있었겠나? 삼진을 많이 잡았다고 해도, 실투 하나에 패전투수가 됐으니 난 진 거였다”고 당시 기분을 회상했다. 이어 “하지만 나쁜 일은 빨리 잊어야 한다. 그래야 팀이 이기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며 심리적 재정비의 과정에 대해서도 덧붙였다.
● “마무리투수는 하루만 쉬면 된다!”
오승환은 53개의 투구 이후 단 하루만 쉬고 27일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구위에는 변함이 없었다. 25일 오승환은 53개 중 40개의 직구(스트라이크 29개·147∼153km)와 13개의 슬라이더(스트라이크 7개·139∼145km)를 던졌다. 27일에는 투구수 17개 중 직구가 10개(스트라이크 6개·151∼153km), 슬라이더가 7개(스트라이크 4개·144∼146km)였다. 2·3차전에서 구속의 차이는 거의 없었다. 오승환은 “마무리투수는 하루만 쉬면 된다. 시즌 때도 3경기, 4경기 연속 나간 적 있기 때문에 계속 던진다고 생각하고 있다. 내일(28일 4차전)도 50개 이상 던질 수 있다”고 밝혔다. 단 3차전에선 슬라이더의 비중을 높이고, 좌우 코너워크에도 더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그는 “실투가 없어야 한다는 중요성을 절실히 느꼈다”고 설명했다.
● “난 던질수록 강해진다!” 통산 5번째 헹가래 투수 다짐
잠실|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