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육아로 떠났던 직장, 시간제 ‘정규직’으로 돌아온다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은 올해 초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서 “시간제 정규직 정착 방안을 조언해 달라”는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했다.
박근혜 정부는 초기 ‘시간제 정규직’ 방안을 ‘시간선택제 일자리 정책’으로 체계화하면서 근로자의 자발성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단축근무를 원하는 여성과 은퇴자 등에 초점을 맞췄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한국에서도 ‘4시간, 6시간제 정규직’인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정부 부처 및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을 통해 본격 등장한다. 민간에서는 CJ 및 신세계그룹과 SK텔레콤, IBK기업은행 등이 이미 처우 등에서 기존 비정규직 시간제 일자리와 차별화된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내놨다.
정부가 시간선택제 일자리 등 다양한 근로형태를 도입하려는 것은 이런 일자리들을 창출하지 못하면 대선공약인 ‘고용률 70%’ 달성이 어려울 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노동력 부족 때문에 한국 경제의 장기적 발전이 위협받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고령화의 진전과 낮은 출산율 때문에 15∼64세 생산가능인구가 2016년 3703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30년까지 최고점보다 400만 명 정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상황의 주요 해결방안 중 하나가 일자리 형태의 다양화다. 기재부 고위 당국자는 “노동력 부족을 선제적으로 해결하려면 출산, 육아 때문에 노동시장에서 이탈한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끌어올리고, 은퇴자들의 재취업에 도움이 되는 시간제 고용을 활성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여성들의 일자리 참여 확대는 국민연금 고갈 등 중장기적인 국가의 복지재정 문제 해결에도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알바(아르바이트)’ 수준의 질 낮은 일자리로는 고학력 경력단절 여성을 노동시장으로 다시 불러들이기 힘들다. 이런 이유로 정부가 만들 정규직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방점은 ‘여성’에게 찍혀 있다. 정부는 내부적으로 새로 창출될 전체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80% 이상을 출산, 육아 등으로 경력이 끊긴 경력단절 여성에게 배정할 방침을 세워 놨다.
○ 여성 10명 중 7명 “시간선택제로 일할 의향 있다”
고용노동부가 올해 3월 24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남녀고용평등 전국민 의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3.5%는 “시간선택제로 일할 의향이 있다”고 답변했다. 여성은 그 비율이 69.4%로 더 높았고, 여성들이 시간제 고용을 선호하는 이유는 ‘육아와 병행할 수 있어서’(34.5%)였다.
○ 근로형태 다양화가 고용률 상승의 해법
정부가 시간선택제 일자리 도입과 관련해 ‘롤 모델’로 삼은 나라는 독일과 네덜란드. 독일은 시간제 근로자에게 사회보험료, 세금을 면제해 주는 등의 방법으로 2003년 64.6%였던 고용률을 2008년 70.2%까지 올렸다. 같은 기간 1인당 국민소득은 2만3277달러에서 3만4400달러로 1만 달러 이상 높아졌다. 네덜란드 역시 여성 고용률을 끌어올리며 1994년 63.9%였던 고용률을 1999년 70.8%까지 높였다.
이명박 정부 역시 독일식 근로시간 단축 및 근로형태 다양화를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전일제 정규직 중심으로 짜여 있고 ‘고용 유연성’이 떨어져 근로자의 해고와 충원이 쉽지 않은 한국의 노동문화에 막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사회정책연구본부장은 “근무시간이 불명확하고 야근이 일상화된 한국에서 하루 몇 시간만 근무하고 퇴근하는 정규직 근로자가 자리 잡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팀장 박중현 소비자경제부 차장 sanjuck@donga.com
▽소비자경제부 김현진 김유영 기자
▽경제부 박재명 기자
▽사회부 이성호 김재영 기자
▽국제부 전승훈 파리 특파원, 박형준 도쿄 특파원
▽팀장 박중현 소비자경제부 차장 sanjuck@donga.com
▽소비자경제부 김현진 김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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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이성호 김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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