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당 ‘헌혈의 집’ 많을수록 높고 농어촌-고령자지역 참여율 떨어져공장-軍 밀집 울산-강원은 단체헌혈
경북 예천군의 공무원 김현수(가명·27) 씨는 헌혈을 하고 싶지만 하지 못해 고민하고 있다. 김 씨는 2년 전 대구에서 살 때까지만 해도 석 달에 한 번꼴로는 헌혈을 했다. 젊고 건강할 때 할 수 있는 좋은 봉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예천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뒤에는 단 한 번도 헌혈을 하지 못했다. 가장 가까운 헌혈시설인 ‘안동 헌혈의 집’이 50km나 떨어져 있어서다. 김 씨는 이렇게 말했다. “하고 싶어도 못해요. 날씨도 추워지는데 누가 1시간 넘게 버스 타고 가서 피를 뽑을까요.”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희국 의원(대구 중-남구)이 대한적십자사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2011∼2013년 9월) 지역별 헌혈 현황’에 따르면 광주가 3년 내내 헌혈 참여율 1위였던 반면에 경북은 매년 최하위로 시도별 격차가 컸다.
시도별로 헌혈 참여율이 크게 차이가 나는 주요 원인으로는 인구수와 ‘헌혈의 집’ 개수의 반비례 상관관계였다. 적십자사의 2012년 통계에 따르면 국내 전체 헌혈량의 66.2%가 헌혈의 집을 통한 개인 헌혈로 채워질 정도로 비중이 크다.
시도별 인구 100만 명당 헌혈의 집 개수를 살펴보면 서울이 3.5곳으로 가장 많았던 반면에 △경기·경남(이상 1.2곳) △대전·충남·세종(1.6곳) △대구·경북(2.0곳)은 전국 평균인 2.4곳보다 적었다.
특히 1208만 명으로 인구 최다 시도인 경기는 서울(999만 명)보다 200만 명 더 많지만 헌혈의 집은 서울(35곳)의 절반이 안 되는 14곳에 불과했다. 경기의 헌혈 참여율은 3년간 중하위권(12위→12위→13위)에 머물렀다.
적십자사 관계자는 “경기와 영남권은 서울 부산 대구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대형 종합병원이 밀집하다 보니 지금까지는 혈액 수요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인구가 늘고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헌혈의 집 추가 건설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균질적 집단 헌혈 참여율 높아
생산직 근로자와 군인이 많은 지역은 헌혈 참여율이 상대적으로 높을 것이라는 예상도 확인됐다.
대규모 산업단지가 밀집한 울산은 3년간 헌혈 참여율 상위권(3위→2위→2위)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큰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주기적으로 단체헌혈에 나선 것이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역 대표기업인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사원들은 매년 1000명 이상 헌혈을 하고 있다.
강원 역시 꾸준하게 헌혈 참여율 중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인구가 적고 도시 간 접근성도 나쁜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적십자사 측은 “강원에서는 매년 대규모 군 병력이 단체헌혈에 참여한다. 인구가 적지만 헌혈 중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