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습관 고치면 건강 신체나이 젊어진다]본보-국민건강보험공단, 국민 1231만명 빅데이터 분석
하지만 오래 사는 만큼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지는 못하다. 전체 평균수명에서 질병이나 부상으로 고통받는 기간을 제외한 건강수명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 세계보건기구(WHO)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건강수명은 71세로 28위. 전 세계 건강수명 1위인 일본(76세), 2위인 스위스(75세)보다 뒤처져 있다.
건강수명이 평균수명을 따라잡지 못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드러내 준다. 경제발전 이후 영양 상태가 좋아지고 의료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수명 자체는 늘어났지만 건강하게 생활하는 이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지체 현상이 원인이다.
동아일보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빅데이터 시뮬레이션 결과는 생활습관 개선사업이 건강수명을 늘리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어떤 생활습관을 실천하느냐에 따라 건강수명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건강 신체 나이가 큰 격차를 보이기 때문이다.
건강 습관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은 하루 평균 담배를 12.5개비 피우고 소주잔 기준으로 술을 5잔 마셨다. 일주일에 20분 이상 격렬한 운동을 한 적도 없고 체질량지수(BMI)가 정상(25)보다 높은 27.5였다. 이렇게 50세까지 생활하면 생물학적 나이보다 7세 늙은 57세의 몸을 지니게 된다. 금연, 금주, 운동을 생활화한 사람의 신체나이 45세와 12세 차이가 난다.
건강습관을 생활화한 사람과 아닌 사람의 격차는 나이가 들수록 커졌다. 남성은 20대에는 5세, 30대엔 8세에 불과했지만 50대는 14세, 60대는 19세로 벌어졌다. 남성에 비해 격차는 적었지만 여성도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신순애 건보공단 건강관리실장은 “건보공단 홈페이지의 ‘건강나이 알아보기’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자신의 건강신체나이를 측정할 수 있다”며 “연 3회 이상 정기적으로 측정하면 건강위험 요소를 조절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건강습관이 건강한 삶과 밀접한 연관성을 보이는데도 한국인의 생활습관은 전 세계와 비교해도 아주 나쁜 상황이다.
세계적인 보건학자들도 한국의 상황을 특수한 경우로 보고 있다. 다른 국가들에 비해 흡연과 음주가 건강수명을 더 많이 깎아먹고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건강수명을 가장 많이 위협하는 요소로는 식습관이 꼽힌다. 이어 고혈압, 당뇨, 콜레스테롤 등이 위협이 된다. 하지만 한국은 식습관에 이어 음주 흡연이 2, 3위를 차지했다.
윤석준 고려대 의대 교수는 “음주 흡연 등 한국 남성의 불건전한 생활습관은 전 세계 의학계가 문제시할 정도로 심각하다”며 “그 결과 한국 남성과 여성의 평균수명, 건강수명 격차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흡연, 음주를 제외한 건강습관 준수율도 낮은 편이다. 하루 30분 이상 주 5일 이상 운동을 하지 않는 신체 비활동 비율은 74.1%로 일본(60.2%) 미국(40.5%) 프랑스(32.5%)보다 높다. 건강수명의 전제가 되는 수면시간도 7시간 8분으로 미국(8시간 6분) 프랑스(8시간 8분) 등 주요 선진국은 물론이고 OECD 평균(8시간 4분)보다 적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