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한갑 가격 1만3000원으로 올리니 담배 소비 1년만에 11% 줄어들어”

입력 | 2013-10-28 03:00:00

[생활습관 고치면 건강 신체나이 젊어진다]
호주 금연정책 최고 권위자 채프먼 시드니大 교수




“흡연자들에게 다른 사람의 건강을 해칠 권리는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흡연 규제정책을 통해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입니다.”

29∼31일 서울에서 열리는 ‘글로벌 헬스 콘퍼런스’에 참석하는 사이먼 채프먼 호주 시드니대 교수(62·사진)는 호주 흡연 규제정책의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그는 지난해 12월 호주에서 전격 실시된 ‘플레인 패키징’(담뱃갑 경고그림) 정책을 주도적으로 마련했다. 폐암이나 후두암에 걸려 죽어가는 환자의 사진을 넣었다.

동아일보는 그의 콘퍼런스 참석에 앞서 25일 e메일 인터뷰를 통해 호주 금연정책의 성공 비결과 한국을 위한 조언을 들었다.

채프먼 교수는 호주의 성인 흡연율을 세계 최저 수준인 15.7%까지 낮출 수 있었던 비결로 비싼 담뱃값과 흡연 경고그림을 꼽았다. 강력한 규제가 효과를 발휘했다는 것이다. 2013년 현재 한국 성인의 평균 흡연율은 22.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1.4%보다 높다.

먼저 그는 “담뱃값 인상은 흡연율 감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2011년 영국 경제정보평가기관인 EIU의 통계에 따르면 호주 시드니의 담배 한 갑 가격은 12달러(약 1만3000원)로 노르웨이 오슬로(15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비싸다. 2010년 4월 호주 정부는 기존 담뱃값에 세금 25%를 더 부과하는 강력한 인상 조치를 단행했다. 이로 인해 호주 국내 담배 소비는 1년 만에 11%나 감소했다. 당초 예상됐던 6% 감소율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 채프먼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담뱃값이 10% 오르면 소비는 4%씩 감소하는 걸로 나타났다. ‘가격이 올라도 피울 사람은 다 피운다’는 흡연자들의 논리는 근거가 빈약하다”고 꼬집었다.

특히 그는 흡연율을 낮추려면 담뱃갑 경고그림 삽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호주 정부는 지난해 모든 담배에 혐오스러운 경고그림을 그려 넣는 조치를 단행했다. 당시 다국적 담배회사들의 저항이 만만찮았지만 호주 정부는 이를 밀어붙였다. 그 결과 호주의 흡연율은 예년보다 0.4% 더 떨어졌다. 담뱃갑 경고그림 삽입은 국내에서도 여러 차례 법안이 발의됐으나 모두 무산됐다.

호주는 1990년대 이미 언론의 담배광고 및 판촉금지, 공중장소 전면 흡연금지를 실시했다. 채프먼 교수는 “비록 다른 나라의 사례라도 금연 효과가 입증된 정책은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흡연자의 90% 정도는 담배 피우는 걸 후회하는 만큼 이들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는 국내 흡연자들의 거센 반발로 인한 여론 악화를 우려하는 한국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를 염두에 둔 말이다.

마지막으로 채프먼 교수는 담배를 끊는 것이 건강수명 연장과 직결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는 “1960년대 이후 전 세계 폐암 사망자의 80% 이상이 흡연자였다. 한국인의 건강수명을 늘리려면 담배로 인한 폐암 후두암 심근경색 등의 사망률을 반드시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