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브라질 등 첫 공조… 11월 상정 인터넷 사생활-개인정보보호 촉구… 슈피겔 “美, 메르켈 10년넘게 감청”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35개국 정상을 비롯한 광범위한 감청 의혹에 대한 비난이 고조되는 가운데 유엔에서 미국의 정보수집 실태를 비판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결의안이 추진된다. NSA 불법 정보수집에 대한 사상 최초의 국제공조 대응책이어서 주목된다.
포린폴리시(FP)는 독일 브라질 주도 아래 프랑스 멕시코 쿠바 베네수엘라 등 21개국이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동해 결의안 작성 작업에 착수했다고 26일 보도했다. 결의안은 다음 달 유엔에 상정될 예정이다.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는 포함되지 않았다.
결의안은 NSA를 직접 거론하지 않지만 NSA의 불법 정보수집을 겨냥한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고 FP는 전했다. FP가 입수한 결의안 초안은 “모든 국가는 1976년에 제정된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대한 유엔 국제협약’에 따라 국민의 사생활 정보를 보호할 의무가 있으며 이를 침해하는 행위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각국은 외국 시민의 개인 정보를 가로채거나 감시하는 치외법권적 행위를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메르켈 총리에 대한 감청은 야권 정치인 시절인 2002년부터 시작됐으며 NSA 명단에 ‘GE 메르켈 총리’로 표시된 것으로 드러났다. 슈피겔은 오바마 대통령이 23일 메르켈 총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감청 파문에 대해 사과했지만 미 백악관과 독일 총리실은 사실 확인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26일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는 NSA 불법 정보수집에 반대하는 시민 1000여 명이 집결해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100개 시민단체가 연합해 결성한 ‘우리를 그만 감시하라’ 단체가 주최한 이날 시위에서는 러시아에 망명한 전 중앙정보국(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전하는 메시지가 낭독돼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 스노든은 “미국 정부는 시민을 위한 봉사가 아니라 사설탐정 같은 짓을 하고 있다”며 “미 의회는 NSA 불법행위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라”고 촉구했다. 시위대는 ‘스노든 고마워요’ ‘감시를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유니언스테이션에서 출발해 의회 앞 광장까지 2km를 행진했다. 이들은 57만 명 이상의 서명을 받은 청원서를 의회에 전달했다.
전 세계의 비난에 직면한 미국 정부는 정보수집 실태를 개선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비밀 정보수집은 세계 모든 나라의 공통된 국가안보 행위’라는 책임 회피적 반응을 동시에 보이고 있다고 CNN, 뉴욕타임스는 이날 보도했다. CNN은 “미국 관리들은 ‘스파이 행위는 미국이나 다른 나라들이 모두 하는 것’이라며 불만스러워하고 있다”며 “일례로 미국 정부는 한국 프랑스 이스라엘 등 우방의 경제 스파이 행위로 고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보감시와 감청은 전 세계가 다 한다.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도 했다.
한편 감청 파문의 진원지인 NSA의 웹사이트(www.nsa.gov)는 25일 오후부터 다운돼 접속이 되지 않고 있다. NSA는 “예정된 업데이트 동안 발생한 기술적 오류로 인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NSA의 불법 행위에 불만을 가진 외부 해킹 공격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