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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꿈틀 신나는 진로]‘손맛’ 느껴지는 제품?… 왜 아름다워 보이는지 고민해야죠

입력 | 2013-10-29 03:00:00

귀금속·보석 공예 분야 진로




미래의 귀금속 명장을 꿈꾸는 서울 성동공업고 3학년 윤상필 군(가운데)은 귀금속가공 명장인 이두영 ‘이두영 주얼리’ 대표(맨 왼쪽)와 귀금속가공 기능장인 최옥남 ‘윤슬’ 대표를 최근 만나 귀금속·보석 공예 분야 진로에 대한 궁금증을 풀었다.

《 동아일보 교육섹션 ‘신나는 공부’는 교육부, 고용노동부와 공동 기획으로 청소년의 진로 탐색을 돕기 위한 연중기획 시리즈 ‘꿈틀꿈틀 신나는 진로’를 연재합니다. 시리즈를 통해 각 직업 분야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명장을 인터뷰해 청소년이 자신의 끼를 찾아 꿈을 펼치는 데 도움이 되는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인 진로·직업 정보를 제공합니다. 시리즈 제목인 ‘꿈틀꿈틀’은 청소년들의 ‘꿈’이 자라나는 ‘울타리’라는 의미의 ‘꿈틀’과 꿈이 자라나는 모습을 상징하는 의태어 ‘꿈틀’의 합성어입니다. 》

‘꿈틀꿈틀 신나는 진로’가 세 번째로 탐색한 진로분야는 귀금속·보석 공예 분야다. 최근 우리나라 국민소득과 삶이 질이 높아지면서 차별화된 장신구와 액세서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이 분야는 전망이 밝은 진로로 꼽힌다.

최근 열린 ‘제48회 전국기능경기대회’ 귀금속공예 부문에서 동메달을 받은 서울 성동공업고 주얼리디자인경영과 3학년 윤상필 군은 ‘꿈틀꿈틀 신나는 진로’의 도움으로 귀금속가공 명장인 이두영 ‘이두영 주얼리’ 대표와 귀금속가공 기능장인 최옥남 ‘윤슬’ 대표를 15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있는 이 명장의 공방에서 만났다.

이두영 명장은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중학교를 졸업하고 신발공장 등에서 사회생활을 하다 18세에 처음 귀금속·보석 공예 분야의 일을 시작했다. 2010년 귀금속가공 명장이 된 그는 현재 귀금속 전문점인 ‘이두영 주얼리’를 운영하고 있다.

중학교 때 일을 시작해 지금까지 한 길을 걷고 있는 최옥남 기능장은 서울 중구에서 핸드메이드 주얼리 전문점 ‘윤슬’을 운영하는 귀금속가공 전문가다.

외향적 성격의 학생이라면 고민해봐야

“귀금속·보석 공예 분야 일을 시작한 지 30년이 넘었지만 건강이 안 좋을 때를 빼고는 퇴근시간을 기다려 본 적이 없습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그림그리기와 만들기를 좋아하고 호기심에 전자제품을 뜯어보는 아이였습니다. 일을 시작한 뒤 매일 밤 3∼4시간씩 혼자 연습하며 부단히 노력하기도 했지만, 적성이 잘 맞았기에 지금의 제가 있는 것이겠지요.”(이 명장)

이 명장은 귀금속·보석 공예 분야는 자신의 적성과 잘 맞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최근 경제 불황에 따른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많은 청소년이 막연히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것 같아서’ ‘기술을 한번 배워두면 평생 활용할 수 있어서’ 같은 이유로 이 일에 관심을 갖는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오랜 시간 자리에 앉아 세밀한 작업을 하는 직업이므로 차분하고 꼼꼼한 성격은 필수다.

최 기능장은 “한 번 작업을 시작하면 10시간 이상 앉아 있는 경우도 많다. 외향적인 성향을 가진 학생들 중에는 수년간 힘들게 기술을 배우고도 적성에 맞지 않아 일을 그만두는 경우도 많은 만큼 진로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능대회 입상했다고 바로 훌륭한 제품 만들진 못해

“얼마 전 제48회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입상하고 세계 기능대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경력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면 좋을까요?”(윤 군)

윤 군의 질문에 이 명장은 “손재주를 갖췄다고 실력 있는 전문가가 되는 건 아니다”면서 “‘미적인 감각’을 익히는 데 힘써야 한다”고 답했다. 기능대회는 미리 주어진 조건에 맞는 제품을 누가 더 잘 만드는지를 겨루는 대회이므로 실제 현장에서 창의적 제품을 만드는 능력과 비례하지는 않는다는 것.

최 기능장은 “기술뿐만 아니라 각종 디자인과 트렌드, 보석의 특성 등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이 명장과 최 기능장은 “요즘 귀금속·보석 공예 분야에 진출하려는 많은 학생이 ‘주얼리 디자이너’가 되겠다며 세공기술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면서 “이는 위험한 생각”이라고 경계했다. 반지 하나를 만들어도 제품 크기에 따른 보석 크기, 핀의 위치, 주조·세공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있어야 훌륭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

“단지 아름다운 디자인을 한다고 좋은 제품이 나오는 건 아닙니다.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 실제로 구현하기 어려운 디자인을 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습니다. 요즘은 CAD(컴퓨터를 이용한 설계)처럼 컴퓨터 기술로 디자인하지만 CAD도 기본적인 세공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없습니다. 최소 3∼5년은 세공기술을 익혀야 합니다.”(이 명장)

최 기능장은 “2, 3년제 전문대학을 나온 학생 중 실제 세공능력은 없이 자신은 ‘대학을 나온 디자이너’라며 대우받고 싶어 하는 학생이 많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선 특성화고를 나온 학생보다 기술적인 완성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먼저 현장에서 일한 뒤 이론적인 부분을 보완해 나가면서 필요에 따라 대학에 진학하는 방식이 기능장 수준의 전문가로 성장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왜’ 아름다울까 고민해야

귀금속·보석 공예 분야에서 명장 수준의 전문가로 성장하려면 어떤 능력을 갖춰야 할까.

이 명장은 “아름다운 것에 대한 관심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기본적인 기술은 3∼5년이면 대부분 익힐 수 있지만 아름다움에 대한 감각은 오랜 시간 끊임없는 자기성찰을 통해서 완성된다는 것. 아름다운 것을 많이 본다고 바로 감각이 길러지는 것도 아니다. ‘왜 아름답다고 느껴질까’ ‘겉으로 보기엔 별 차이가 없는 데 왜 느낌이 다를까’ 등을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뛰어난 제품을 보면 흔히 ‘손맛’이 느껴진다고 이야기합니다. 손맛은 단순히 손기술이 좋다고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손맛은 머리에서 나옵니다. 기본적인 기술과 이론을 익힌 뒤 끊임없이 아름다움에 대해 성찰해 자신이 이해한 것을 손으로 구현해 낼 때 가능합니다.”(이 명장)

명장이 말하는 귀금속·보석 공예 진로
“30년 뒤 바라볼 수 있는 직업관 필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귀금속·금속 공예 명장들은 이 분야의 미래를 어떻게 내다볼까. 박창순 인천재능대 주얼리금속디자인학과 학과장(56·귀금속 가공 명장), 변종복 ‘장인의 가 고려’ 대표(63·금속공예 명장), 손광수 ‘화인쥬얼리’ 대표(51·금속공예 명장), 오효근 ‘금부치아’ 대표(52·귀금속공예 명장), 이두영 ‘이두영 주얼리’ 대표(54·금속공예 명장), 조성준 ‘주얼테크’ 기술자문위원(68·금속공예 명장)이 말하는 귀금속·보석 공예 진로의 특징을 살펴보자.

“해외에서 귀금속 분야는 성인들이 이용하는 고가 제품뿐만 아니라 청소년들도 이용할 수 있는 가격 수준의 제품까지 수요가 확대되고 있어 산업적 전망이 밝은 편입니다. 하지만 자동화 시스템으로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추세에서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어렵다는 측면은 부정적입니다.”(박창순 명장)

귀금속·금속 공예 명장들은 이 분야의 진로는 명과 암이 모두 존재한다고 내다봤다. 대체로 국민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산업적 가치는 높아지겠지만 전문 기능인들이 하던 작업 중 상당 부분을 컴퓨터와 기계가 대체하고, 중국과 동남아 등지의 인건비가 낮은 인력과 경쟁해야 한다는 점은 부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조성준 명장은 “미적인 차원에서 무한한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비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변종복 명장은 “산업현장으로 나가는 학생들이 만족할 만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일자리가 줄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귀금속·금속 공예 분야 업체의 공방 등에서 일하는 초년생 기능인들의 연봉은 3000만 원이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다.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급여를 받으며 고된 기술 습득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이 분야에 도전하려는 청소년이 많지 않다는 것이 명장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오효근 명장은 이 분야에서 성공하려면 “귀금속에 대한 관심과 세공에 대한 재능을 발견하고 30년 뒤를 바라볼 수 있는 장기적인 직업관과 자기계획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두영 명장은 “귀금속·금속 분야는 과도기적 상태”라면서 “이 분야 기능인들이 본격적으로 디자인을 고민한 지 20년이 채 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경쟁력 있는 인재가 나올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태윤 기자 wol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