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 은퇴경기 세리머니
정든 그라운드를 떠나는 이영표(36·밴쿠버 화이트캡스)가 감동에 젖어들었다.
이영표는 28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의 BC플레이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콜로라도 라피즈와의 경기를 마지막으로 현역 생활을 끝냈다. 밴쿠버 측은 이영표의 얼굴이 인쇄된 마지막 경기 티켓을 제작하는가 하면, 전광판에 이영표의 얼굴과 함께 '이영표 선수 감사합니다'라는 한글 문구를 띄우는 등 '레전드'의 마지막을 성대하게 축복했다. 밴쿠버 팬들도 대형 태극기와 이영표 응원 문구가 적힌 걸개로 이영표를 떠나보내는 아쉬움을 표현했다.
이날 이영표는 경기 후 메트로뉴스 캐나다를 비롯한 현지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오늘 은퇴했지만, 너무 행복하다. 내가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그런 순간이다"라고 벅찬 감동을 전했다.
이영표는 "모두들 알다시피 내 선수생활은 오늘 끝난다. 훌륭한 팀과 좋은 동료들 곁에서 은퇴할 수 있게 돼 고맙다. 모두가 나의 마지막 경기를 배려해줬다"라면서 "팬들에게도 감사드린다. 밴쿠버에서 머물렀던 지난 2년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라고 감격했다.
이영표는 이날 은퇴경기를 맞아 주장 제이 데메리트 대신 주장 완장을 차고 경기에 나섰다. 또 이날 해트트릭을 터뜨린 카밀로 산베조(25)는 전반 43분 페널티킥 선제골을 넣은 뒤 그 공을 이영표에게 헌사하는 세리머니로 감동을 더했다.
이 세리머니에 대해 이영표는 "어제 선수들이 페널티킥 찬스가 오면 키커 기회를 내게 주겠다고 얘기했다"라면서 "하지만 페널티킥이 되자 카밀로가 자신이 차게 해달라고 부탁했고, 나는 기쁘게 양보했다. 카밀로에겐 시즌 20번째 득점이었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이영표는 향후 계획에 대해 "밴쿠버에서 2-3년 더 머물면서 스포츠마케팅과 경영학을 배울 예정"이라면서도 못내 선수시절이 아쉬운듯 "내년 감독이 훈련 참가를 허락한다면,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함께 훈련하고 싶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이영표는 "한국에서의 지도자 생활은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 스포츠행정가의 길을 걷고 싶다"라는 포부도 밝혔다.
이로써 이영표는 14년 간의 프로생활을 마감했다. 이영표는 A매치 통산 127경기에 출전해 5골을 기록했고,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으로 활약하는 등 대표팀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쳐왔다.
김영록 동아닷컴 기자 bread425@donga.com
이영표 카밀로 세리머니 사진=밴쿠버 화이트캡스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