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이 워싱턴에 연고를 둔 팀의 개막전에서 시구를 하는 것은 100년이 넘은 전통이다. 1910년 워싱턴 세너터스와 필라델피아 에이스 개막전에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 대통령이 공을 던진 것이 시초다. 오바마는 워싱턴 내셔널스의 빨간 상의 유니폼을 입었지만 모자는 시카고 화이트삭스 것을 썼다. 하와이 태생이지만 시카고에서 오래 살았던 자신은 화이트삭스 팬이라는 것을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비난하는 미국인은 없다.
▷그제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벌어진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시구했다. 대통령은 ‘2013 KOREAN SERIES’라고 적힌 짙은 감색 점퍼를 입고 태극기가 그려진 푸른색 글러브를 꼈다. 운동화가 일본제인 아식스라는 것을 놓고 “왜 하필 일제냐”는 비판도 있었지만 “우리 국력에 아직도 그런 걸 따지냐”는 반론도 있다. 그러면 일본인들이 한류 가수들의 공연을 관람하며 열광하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하나.
최영해 논설위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