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판 콕 누르면 점포위치-할인정보 쫙~ 첨단시장 떴다
17일 오후 서울 송파구 마천동 마천중앙시장 입구에 있는 ‘디지털 사이니지’ 앞에서 상인들이 사용 방법을 손님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자세한 지도와 함께 시장 내 가게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시장의 내비게이션 역할을 한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 시장 정보가 한눈에… ‘똑똑한 전통시장’
‘디지털 사이니지’는 영상이나 정보를 디스플레이 기기에 표시하는 광고매체를 일컫는 말. 공항, 호텔 등 공공장소에서 볼 수 있는 전광판이 대표적 사례다. 마천중앙시장에 설치한 디지털 사이니지는 손가락 터치 한 번으로 시장에 대한 실시간 정보가 술술 나온다.
주부 박지연 씨(43)은 “시장에 오면 원하는 가게를 찾느라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할 때가 많은데 시장 입구에 안내판이 있어 훨씬 편해졌다”고 말했다. 삼성SDS는 2015년까지 전국 30개 전통시장에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한 디지털 사이니지 60대를 설치할 계획이다.
삼성SDS는 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ICT 역량 교육도 펼치고 있다. 스마트폰 또는 인터넷으로 시장매출을 올리는 방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마케팅, 스마트폰 촬영·편집 등을 주 2회 3시간씩 4주에 걸쳐 진행했다. ICT를 활용해 성공한 점포를 직접 방문하는 등 현장교육도 실시했다. SNS 교육을 받은 상인들이 페이스북으로 할인 정보를 보내면 실시간으로 시장 입구에 설치된 디지털 사이니지에 노출된다.
유재훈 마천중앙시장 상인회장(56)은 “디지털 사이니지가 우리 시장 랜드마크 역할을 하면서 시장을 찾는 고객들이 많이 늘었다”며 “디지털 사이니지와 ICT 교육이 상인회∼상인∼고객을 연결하는 좋은 통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 ‘전통시장 기자단’이 구석구석 홍보
17일 오후 마천중앙시장에는 파란 조끼를 입은 기자들이 시장 구석구석을 누볐다. 전을 주문한 뒤 사진을 찍고, 맛도 보면서 취재수첩에 기록했다. 상품이 특이한 가게, 역사가 오래된 가게 등을 훑고 다녔다.
이들은 진짜 신문기자가 아니라 삼성SDS가 삼성그룹 임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선발한 ‘전통시장 임직원 기자단’이다. 16일 서울·경기지역 16명 등 전국에서 선발된 30명의 기자들은 전통시장의 멋과 재미를 삼성그룹 임직원들에게 전달하게 된다.
기자단으로 이날 시장을 찾은 삼성SDS 김소현 사원(25·여)은 “전통시장의 특징과 장점을 사우들에게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앞서 삼성SDS는 지난달 16일 삼성그룹 임직원 대상으로 사내 인트라넷에 전통시장 웹사이트를 열었다. 전국에 있는 전통시장에 관한 체험기, 베스트 추천 점포 및 집·회사 주변 시장 찾기 등의 정보를 제공하고, 전통시장 사진 콘테스트와 같은 이벤트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유 회장은 “시장이 거여·마천 뉴타운지구에 들어간 이후 침체를 겪었지만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시설현대화 사업을 추진해 지역 서민들의 사랑을 받는 시장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 “특허받은 청소도구 美-日에도 수출해요” ▼
[우리시장 스타]김대중 ‘OK청소짱’ 대표
전통시장 내에 본사 겸 애프터서비스센터를 두고 청소기를 팔고 있는 김대중 OK청소짱 대표.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시장 내 가게가 본사 겸 애프터서비스 센터다. 지난해에는 특허를 받았고, 주부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인터넷, 홈쇼핑까지 진출한 데 이어 올해 들어 미국과 일본에 수출하고 있다.
왜 전통시장에 자리를 잡았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전통시장에 있으면 소비자인 주부들의 말을 가까이서 들을 수 있고, 제품의 단점도 쉽게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이방인이었다. 하지만 시장 상인들에게 스마트폰과 인터넷 활용법을 가르쳐 주고, 상인회에도 열심히 참여하면서 지금은 시장 내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떡볶이 집 ‘버벅이네’의 강영수(48), 강영덕 씨(46) 형제도 시장 유명인사다. 2010년 5월 6m² 규모로 문을 연 버벅이네는 인근 지역뿐만 아니라 인터넷 블로그에서도 떡볶이 맛집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영업 초기에 손님들이 ‘맛은 있지만 별다른 특징이 없다’며 붙여준 별명이 가게 이름이 됐다. 이후 유명한 떡볶이 집들을 직접 찾아 노하우를 배우고 고춧가루와 15가지 이상의 재료를 혼합해 현재의 떡볶이 소스를 개발했다.
▼ 마천중앙시장, 농산물 싸고 먹거리 다양… 서민들 ‘명소’ ▼
현대적 유통시설이 즐비한 강남권에서는 마천중앙시장만 한 재래시장을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이 때문에 최근 고물가로 고통 받는 서민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생활형 전통시장’으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유재훈 상인회장은 “우리 시장은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이 인접해 농산물의 품질이나 가격이 원산지 수준으로 신선하고 저렴하다”면서 “이 밖에도 먹을거리 장터는 물론이고 의류와 패션 시장까지 골고루 갖춘 경쟁력 있는 전통시장이다”라고 자부했다. 현재는 도시정비지정구역으로 묶여 개발이 제한되어 있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전통시장의 명맥을 잇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현재 햇볕을 가릴 아케이드가 없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비가 와도 물이 잘 빠지는 바닥재로 시장 안길을 바꿨을 뿐만 아니라 노점과 좌판으로 비좁았던 시장통행로를 정비해 과거보다 쾌적해졌다. 각종 꼬치류와 순대 떡볶이 등 풍성한 먹을거리도 마천중앙시장의 매력이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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