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이 굳어가는 희귀 난치병인 근이영양증을 앓고 있는 박신구 씨(왼쪽)와 그의 친구 이효삼 씨.
폐 기능이 떨어져 인공 산소호흡기 없이는 10분 정도밖에 버틸 수 없는 박 씨가 야구장 나들이를 할 수 있었던 건 기적 같은 일이었다. 이 기적을 만든 건 박 씨의 초등학교 동창 이효삼 씨(36). 가장 친한 친구였지만 이 씨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전학을 가면서 서로 연락이 끊겼다. 하지만 이 씨는 박 씨와의 추억을 잊지 못했고 수소문 끝에 2011년 친구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이 씨는 “친구를 다시 만났을 때 정말 기뻤지만 손가락 하나밖에 쓸 수 없게 된 모습에 많이 놀라고 또 슬펐다”고 말했다.
OB(현 두산) 시절부터 두산의 열성 팬이었던 친구를 위해 이 씨는 한국시리즈 표를 예매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이 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왕성한 트위터 활동으로 유명한 박용만 두산 회장에게 트위터로 글을 보냈다. “부탁이 있습니다. 제 친구 박신구(근이영양증)가 불치병으로 침대 생활을 한 지 20년째입니다. 두산 야구를 좋아하는 이넘(이놈) 야구장 구경 한번 시켜주십시오!!”
생애 처음 야구장을 방문해 중계석 바로 앞에 자리 잡은 박 씨는 “한국시리즈를 직접 볼 수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효삼이에게 정말 고맙다”고 어눌하지만 감사의 뜻을 담아 말했다. 한편 박 회장도 이날 관중석에서 직원들과 함께 경기를 지켜봤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