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 2013 가을마당 ‘새’ ★★★
새 무리가 떼 지어 등장하는 초반부 장면. 배우 각각의 미세한 움직임이 살아 있어 이야기의 긴장감을 무너뜨리지 않는다. 국립극단 제공
지난달 처음 서울 용산구 서계동 국립극단 객석에 앉았을 때 그 송진 냄새 생각이 났다. 무대 뒤편으로 통하는 서쪽 출입구 앞에 서 있으니 땀 냄새, 먼지 냄새, 빗물 냄새가 뒤섞여 날아왔다.
앞서 아리스토파네스 희극 3부작 ‘개구리’와 ‘구름’을 보고 난 뒤 여러 번 그 냄새를 돌이켰다. 어색한 구조의 무대, 불편한 의자, 답답한 공기에 대한 육신의 부정적 반응을 공연에 대한 판단과 분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22일 막을 올린 3부작 마지막 작품 ‘새’의 뒷맛은 가뿐했다. 송진과 먼지 냄새를 돌이킬 필요가 없었다. 완성도 높은 희극 무대를 만나기는 분위기의 눈가림이 가능한 비극 무대보다 어렵다. 깃털을 붙이고 새 울음과 몸짓을 흉내 내는 배우들은 익살맞았지만 우스워 보이지 않았다. 집단으로 등장하지만 제각각 흩어져 움직이는 배우들의 발길이나 대사가 뒤얽히는 기색도 없었다. 외형과 이야기 모두 끝까지 갈피를 놓치지 않았다.
국립극단과 명동예술극장이 통합할 가능성이 커졌고, 다음 달 ‘전쟁터를 훔친 여인들’은 말끔히 단장해 재개관하는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을 쓴다. 열악한 시설을 돌아볼 시간은 지나가고 있다. 마음 놓고 다음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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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조병 작, 윤시중 연출. 박성연 임세운 최병준 윤서정 정혜선 김남수 출연. 11월3일까지. 1만∼3만 원. 1688-59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