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미남 간첩’ 변신한 탑… 강렬한 눈빛 연기
‘빅뱅’의 탑(오른쪽)이 남파간첩 역을 맡은 ‘동창생’. 쇼박스 제공
최근 한국영화계에는 ‘꽃미남 간첩물’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생겨난 듯하다. 다음 달 6일 개봉하는 ‘동창생’도 이 꽃미남 간첩물의 ‘법칙’을 충실히 따른 영화다. 열아홉 살 소년 간첩 이명훈(탑)은 하나뿐인 여동생(김유정)을 구하고자 남파 간첩이 돼 어려운 지령도 마다하지 않지만, 북한 내부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다른 간첩에게 쫓기는 도망자 신세가 된다.
‘영화는 영화다’ ‘의형제’ ‘고지전’ ‘내 아내의 모든 것’ 등 다양한 영화에서 조감독을 거친 신인 박홍수 감독은 29일 시사회 후 기자들과 만나 이 영화에 대해 “남북분단을 소재로 했지만 이념갈등을 다룬 영화는 아니다. 사람과 희생에 대한 이야기다”라며 “사건과 상황이 극의 흐름을 주도하지만 등장인물의 심리를 표현하는 것에 주력했다”고 밝혔다.
다만 ‘동창생’은 ‘은밀하게…’보다 학원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극 초반 이명훈이 남한에서 고등학생 강대호로 위장해 살아가면서 동생과 이름이 같은 이혜인(한예리)과 친구가 되는 등 학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비중 있게 다뤄진다. 또 극의 흐름 자체는 ‘은밀하게…’보다는 한 수 위다. 결말이 예상 가능한 뻔한 이야기라는 단점은 있지만 극 중 등장인물들의 감정선을 비교적 잘 살렸다.
탑은 영화 ‘포화 속으로’(2011년)에 이어 두 번째 영화 출연을 통해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확인시켜줬다. 극 중간중간 청소년다운 평범한 생활연기나 대사 처리는 다소 어색하지만 화려한 액션과 표정 연기는 사연 많은 소년 간첩으로서 적격인 듯하다.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주인공의 내면을 그리고 싶었고 특히 눈에 사연이 많아 보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 덕분일까. 영화가 끝난 뒤에도 그 진한 눈빛만은 뇌리에 남는다. 15세 관람 가.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