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그제 “흥선대원군 이래 최대 막후실세라는 점에서 ‘기춘 대원군’으로 불러도 부족함이 없다”며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을 겨냥했다. 박지원 의원은 같은 날 감사원장 후보로 지명된 황찬현 서울중앙지법원장에게 “기춘 대원군에게서 감사원장 낙점을 통보받은 것 아니냐”고 집요하게 캐물어 “그렇다”는 답변을 받아내자 트위터에 이렇게 올렸다. “역쉬!”
▷감사원장과 검찰총장 후보로 김기춘 비서실장과 같은 경남 출신이 지명되자 김 실장의 ‘막강 파워’가 다시 한 번 확인됐다는 말이 나온다. 김 실장은 인사 실무를 총괄하는 인사위원장이니 뜬소문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김 실장으로선 억울할지 모른다. 얼마 전 김 실장과 저녁을 함께한 그의 지인은 김 실장이 식사 시간 내내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지 않는 것을 보며 측은한 느낌이 들었다고 밝혔다. ‘완장’ 차고 거드름 피우는 것을 끔찍이 싫어하는 박근혜 대통령 옆에서 호가호위(狐假虎威)는 수명 단축의 지름길일 것이다.
이재명 논설위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