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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예진·김선아·김옥빈, 스릴러 성역 파괴

입력 | 2013-10-31 07:00:00

스크린 속 여주인공들은 대개 ‘호러퀸’이나 ‘멜로퀸’ 혹은 ‘로코퀸’이다. 앞으로는 여기에 ‘스릴러퀸’도 더해야 할 것 같다. ‘공범’의 손예진, ‘더 파이브’의 김선아, ‘열한시’의 김옥빈(왼쪽사진부터)은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와 반전의 묘미를 주는 스릴러 장르의 재미를 제대로 보여줌으로써 ‘스릴러=남자주인공’의 이미지를 바꿔놓겠다는 각오다. 사진제공|선샤인필름·시네마서비스·레드카펫


■ ‘스릴러퀸 3인방’ 가을 극장가 강타

손예진 ‘공범’ 잔인한 의심 빠져드는 딸 역할
김선아 ‘더 파이브’ 처절한 복수 나서는 엄마
김옥빈 ‘열한시’ 반전 키 가진 비밀의 연구원


여배우들의 새 도전으로 장르적인 재미 충족

‘호러퀸’이거나 ‘멜로퀸’, 그도 아니면 ‘로코(로맨틱 코미디)퀸’?

흔히 스크린 속 여주인공들을 가리켜온 ‘수식어’들이다. 많은 여배우들이 가녀린 모습으로 공포에 떨거나 애잔한 감성으로 사랑을 표현하며 달콤한 이야기를 전해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부 여배우들은 호쾌한 액션 연기에 도전하며 관객의 눈길을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유난히 여배우들과는 인연이 멀었던 장르가 있다. 바로 스릴러물. 최근 몇 년 동안 스릴러 장르 작품들이 흥행했고 그 주인공이 거의 대부분 남자배우였던 탓에 ‘스릴러=남자주인공’의 이미지가 강했다.

여기, 그 이미지를 바꾸겠다고 나선 여배우들이 있다.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와 반전의 묘미를 한껏 안겨주는 스릴러 장르의 재미를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여배우들. 손예진, 김선아, 김옥빈이 그 주인공이다.

손예진은 24일 개봉한 ‘공범’으로 일주일 만에 이미 90만명에 가까운 관객을 불러모았다. 영화는 15년 전 어린이 유괴살인사건이 발생하고 그 공소시효가 끝나기 15일 전 범인의 목소리를 들은 딸이 아빠를 의심하며 벌어지는 이야기. 손예진은 그동안 보여준 여성적 매력을 모두 벗어던지고 잔인한 의심 속으로 빠져드는 딸 역이다. 철저히 심리적이고 내면의 이야기를 드러내야 하는 고통 속에서 연기했다는 그는 “가장 힘든 캐릭터”로 이번 역할을 꼽고 있다.

김선아는 11월14일 개봉하는 영화 ‘더 파이브’의 여주인공. 남편과 딸을 잔인하게 잃고 자신마저 불구의 몸이 되어버린 채 처절한 복수에 나선다. 자신의 생명을 내걸고 다섯명의 조력자를 모아 잔혹한 복수를 계획한다. 코믹 연기로 망가짐을 자처하거나 로맨틱 코미디의 여주인공으로 로맨스를 펼쳤던 김선아는 ‘더 파이브’에서 그야말로 만신창이 상처 투성이의 맨얼굴을 드러낸다. 여배우로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지언정 그는 강렬한 캐릭터와 스토리로 다시 한 번 관객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김옥빈 역시 또 다른 스릴러 영화의 여주인공. 11월28일 개봉작 ‘열한시’에서 정재영과 호흡하는 그는 시간 이동 프로젝트 연구원들이 겪는 미스터리한 사건에 휘말린다. 24시간 뒤 시간으로 이동하는 데 성공하지만 바로 그 24시간 안에 벌어진 끔찍한 사건을 파헤쳐가는데, 김옥빈은 자신이 목격한 일을 숨기려 하는 비밀스러운 연구원 역이다. 김옥빈은 특히 반전의 키를 쥐고 있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를 맞았다. 김옥빈은 28일 영화 제작발표회에서 “시나리오가 아주 잘 짜 맞춰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옥빈의 말처럼 스릴러 장르는 탄탄하게 짜여진 이야기를 긴장감 속에 들여다보는 맛을 준다. 엉성한 스토리라인으로는 장르 자체가 지닌 제 맛을 살려내는 건 불가능하다. 여기에 연기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배우라면 실체적인 긴장감을 안겨줄 수 없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보자면 손예진과 김선아, 김옥빈은 스릴러 장르의 여주인공으로서 손색이 없다는 ‘검증’을 받은 셈이다.

손예진은 그동안 많은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자신들의 장기처럼 보였던 청순함 혹은 애틋함의 정서를 버렸다. 이는 이미 개봉 일주일간 불러모은 90만명에 가까운 관객수로도 확인됐다. 김선아는 주로 로맨틱 코미디 속 소탈한 여주인공의 면모로 많은 관객에게 친밀감을 안겨주었다. 그런 그가 기존의 이미지에 더해 피투성이 얼굴과, 거칠지만 그만큼 또 처절한 연기를 통해 여배우로서 지닌 또 다른 매력을 과시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20대 여배우의 대표주자로서 자리매김한 김옥빈 역시 또래 여배우들과는 달리 ‘박쥐’ ‘시체가 돌아왔다’ 등 개성 강한 작품들을 경험한 끝에 새로운 장르적 도전에 나섰다.

한 제작 관계자는 “스릴러 영화가 주로 남자배우들을 기용하는 데서 벗어나 이들 여배우들을 전면에 내세울 수 있게 됐다”면서 “한국영화 관객이 크게 늘어난 만큼 장르적 재미를 즐기려 하는 욕구가 커진데다 여배우들 역시 기존의 이미지를 고수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역량을 과시할 수 있는 마당이 필요해진 때문이다”고 말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트위터 @tadada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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