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신영준이 대박을 터뜨렸다. 성폭행범을 잡아 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선행상을 받은데 이어 30일 인천전에서는 역전 결승골까지 터뜨리며 최고의 날을 보냈다. 사진제공 |포항스틸러스축구단
인천전 후반교체로 들어가 천금같은 역전골
지난 20일 폭행 당하는 여성 돕고 범인 잡아
연맹은 선행상·경찰서선 용감한 시민상 전달
포항 스틸러스 신영준(24)이 선행상 수상에 이어 역전 결승골까지 터뜨리며 겹경사를 맞았다.
● 뜻밖에 알려진 이름 석자
신영준은 최근 뜻밖의 일로 K리그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가 됐다.
소속팀 포항이 19일 전북을 꺾고 FA컵 우승을 차지한 뒤 그는 황선홍 감독으로부터 달콤한 휴가를 받았다. 곧장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갔고 친구들과 만나 뜻 깊은 시간을 보냈다. 20일 새벽 집으로 귀가하던 중 예상치 못한 일에 휘말렸다. 한 여성이 남성에게 폭행당하며 도움을 요청했던 것이다. 여성을 외면할 수 없었다. “원래 구설수에 휘말리는 걸 싫어한다. 그런데 도와주지 않으면 양심에 가책을 받을 것 같았다.”
인기척을 느낀 가해자는 줄행랑을 쳤지만 끝까지 추격해 범인을 잡았다. 범인은 휴가를 나온 현역 군인이었고 곧바로 군에 송치됐다.
그러나 그는 경기 외적인 관심에 쑥스러워했다. 그는 “축구 선수가 경기력으로 관심을 받아야 하는데 경기 외적인 일로 관심을 받게 돼 부담스럽다. 팀에도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 여성분이 그 일을 계속 떠올리면 불편할까봐 말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머리를 긁적거렸다.
● 선수는 경기력
신영준은 경기 외적인 일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인천전만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올 시즌 여름이적시장을 통해 포항 유니폼을 입었다. 전남이 포항 수비수 정홍연을 원하면서 광양제철고 유스 출신인 신영준을 맞교환 카드로 제시했다.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전남은 축구선수의 꿈을 키워온 구단이다. 작년에도 전남에서 차근차근 성장하며 올 시즌을 꿈꿔 왔다. 버림 받았다는 사실에 많이 힘들고 자괴감도 느꼈다. 그러나 결론은 하나. 새 팀에서 인정받는 것뿐이었다. 아직 전술적으로 완벽하게 녹아들진 못했다. 경쟁자도 만만치 않다. 조찬호 노병준 등이 같은 포지션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는 “동료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기회를 만들어줬다. 팀의 일원이 돼 기쁘다. 오늘 승리로 다시 우승 경쟁력을 찾을 수 있게 됐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황 감독은 “중요한 시간에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고 제자를 칭찬했다.
포항|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트위터 @sangjun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