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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깜깜이 세금지원… 24개 항목 稅감면 규모 짐작도 못해

입력 | 2013-10-31 03:00:00

내년 조세지출 예산서 분석해보니… 문화 접대비-아파트 관리비 등
검증방법 없거나 감세자료 없어… 감면 항목 10개중 1개꼴 실태 몰라




정부는 전국 2만7000여 개 아파트단지 관리업체가 주민들로부터 받는 관리비에 부가가치세를 면제해주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정작 감면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 아파트관리업체에 세금을 면제해준 결과 관리비가 얼마나 하락했는지 검증할 방법이 없는 셈이다.

기업들은 2008년부터 사업 파트너를 위해 쓴 문화접대비를 비용으로 인정받고 있다. 영업을 하면서 접대할 일이 있을 때 술자리를 갖는 대신 공연이나 운동경기를 관람하라는 정책 취지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법인세를 감면받고 있지만 이 역시 정부는 감면 규모를 몰라 ‘추정 곤란’으로 분류하고 있다. 정부가 사업자별 문화접대비 사용 실태를 파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아일보가 30일 기획재정부의 ‘2014년 조세지출 예산서’를 분석한 결과 정부는 내년에 세금을 깎아주기로 돼 있는 228개 항목 중 24개 항목에 대해 예상 감면 규모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돈을 쓸 데는 많고 수입은 줄어드는 재정난에 빠진 만큼 세금 감면 실태를 제대로 관리해 새는 돈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복지 확대와 경제 활성화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도입한 세금 감면 항목 10개 중 1개꼴로 감면액을 추정하지 못해 정책 효과를 확인하기 힘든 상황이다.

예를 들어 정부는 싸고 질 좋은 급식을 공급하려는 취지로 학교나 공장 급식업체에 부가세를 면제해주고 있다. 정책 목표에 따라 부가세 면제액에 비례해 급식가격이 하락했는지 비교하려면 감세(減稅) 규모를 급식업체의 매출액과 대조해봐야 한다. 하지만 기재부에는 급식업체에 대한 감세 자료가 없다.

현재 정부는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다주택자가 집을 팔 때 50∼60% 세율로 중과하는 대신 6∼38%의 일반세율로 세금을 매기고 있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제도는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해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지만 투기를 조장할 수 있다는 명분으로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 집을 판 사람 가운데 다주택자를 떼어내 집계해 보면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감면이 주택거래 활성화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알 수 있고 세금 감면의 효과도 검증할 수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감면 규모를 별도로 분석하지 않고 있다.

2010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열리는 포뮬러원(F1) 국제자동차경주대회와 2015년 광주 여름유니버시아드대회 운영에 드는 수입물품에 대해 부가세를 면제해주고 관세를 인하해주고 있다. 기재부는 국산과 수입산을 구분하지 못해 감면액을 추정할 엄두도 못 낸다.

감면 규모를 파악하지 못하는 24개 항목과 별도로 세금 감면 실적이 전혀 없는 항목도 20개에 이르렀다. 정부는 투자나 일자리 유치를 위해 자주 세제를 이용하지만 실제 효과가 없는 경우가 적지 않은 셈이다.

정부는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2000년대 초부터 중소기업 창업투자조합 같은 투자자가 벤처기업에 출자해 주식을 취득한 경우 나중에 그 주식을 처분할 때 양도차익에 세금을 매기지 않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최근 몇 년간 이 제도를 통해 비과세 혜택을 받은 실적이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내년에도 지원실적이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생 기업의 싹이 자라기 힘든 토양에서 비과세 혜택을 준다고 해서 위험을 무릅쓰고 투자할 사람이 드문 현실을 간과하고 세금 혜택을 만든 것이다.

조세재정연구원 관계자는 “세금 감면 규모를 추정하기 곤란한 항목 중에는 감면의 효과가 큰 것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것도 있다”며 “국세정보를 가능한 범위에서 공유해 세금감면제도가 정책 목표를 달성하고 있는지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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