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한국시리즈 6차전 선발대결한숨 돌린 삼성 “초반 밀리면 끝”… 두산은 상대 타선 살아나 부담
양 팀 모두 에이스를 가동했다. 두산의 니퍼트 기용은 등판 순서를 충실히 지킨 결과. 그러나 삼성 밴덴헐크는 5차전 때 불펜으로 28개를 던진 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올해 한국시리즈는 선취점을 뽑은 팀이 모두 이겼다. 초반 기세가 그만큼 중요했던 것. 벼랑 끝에 몰려 있는 삼성으로서는 초반에 밀리면 끝이라는 절박함이 더 크다. 이 때문에 삼성 류중일 감독은 밴덴헐크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 기 싸움을 그래프로?
이런 기 싸움을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볼 수는 없을까. 이러한 의문에 처음 답을 찾아 나선 건 크리스토퍼 세아라는 미국 야구 통계학자였다. 그는 1979년부터 1990년까지 열린 메이저리그 경기 3만2767경기를 분석해 이닝, 아웃카운트, 점수 차에 따라 각 팀의 승리 확률을 계산했다.
그 뒤 여러 학자가 통계적인 보정을 거쳐 언제 어느 때나 팀의 승리 확률을 알아낼 수 있는 승리 기댓값(WP·Winning Probability)을 정리했다. WP는 플레이 하나 하나마다 변한다. 이 때문에 1회부터 경기가 끝날 때까지 한 팀의 WP를 죽 이어 그래프로 그리면 경기 흐름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그래픽 참조).
한국시리즈 5차전 8회초 1사 2, 3루에서 나온 삼성 박한이의 2타점 적시타는 삼성의 승리 확률을 67.5%에서 87.1%로 19.6%포인트나 올렸다. 양 팀이 똑같이 50%에서 시작한 승률이 100%가 되면 1승이다. 결국 박한이의 안타가 약 0.4승(39.6%)의 몫을 해낸 것이다.
하지만 두산 오재일의 3회 동점타가 더 큰 승률 변화를 가져왔다. 오재일이 타석에 들어섰을 때 두산이 이길 확률은 36.7%였으나 2루타를 치고 난 뒤에는 57.7%로 21%포인트가 치솟았다.
오재일은 이 적시타를 때리기 전 3루 쪽으로 파울 타구를 띄웠다. 삼성 3루수 박석민이 쫓아갔지만 불펜 담장 1m 정도 안쪽에 떨어져 박석민이 잡을 수 없었다. 만약 이 타구가 잡혔다면 두산이 이길 확률은 31.4%로 떨어졌을 것이다.
이처럼 승리 기댓값을 활용하면 어떤 선수가 승리에 많이 기여했는지 알아볼 수 있고, 또 여러 상황을 가정해 경기를 분석해 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