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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챔피언 없는 6년 설움에 KO펀치 날려주마”

입력 | 2013-10-31 03:00:00

손정오, 11월 19일 프로복싱 WBA 밴텀급 타이틀 도전




손정오가 카메라 렌즈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며 왼 주먹을 뻗고 있다. “챔피언이 될 때까지 무작정 기다려 달라고 할 수가 없어 옛 여자 친구와 헤어졌다”는 그는 “챔피언 벨트를 허리에 두른 뒤 결혼도 빨리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어깨 너머로 ‘오늘은 땀, 내일은 챔피언’이라는 관훈이 보인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6년 무관(無冠)의 한국 복싱에 챔피언 벨트를 바치겠다.”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권투체육관에서 만난 손정오(32)는 쉴 새 없이 주먹을 내지르고 있었다. 그의 등 뒤에는 ‘오늘은 땀, 내일은 챔피언’이라고 적힌 관훈(館訓)이 걸려 있었다. 목덜미를 타고 허리까지 흘러내리는 땀이 20일 뒤 챔피언 벨트로 바뀌어 있기를 바라는 듯 연신 샌드백을 두들겼다.

세계 챔피언 하나 없는 ‘복싱 변방’으로 전락한 한국 권투의 명예 회복을 위해 그가 나선다. 손정오는 11월 19일 제주시 제주그랜드호텔에서 열리는 세계복싱협회(WBA) 밴텀급 타이틀매치에서 챔피언 가메다 고키(27·일본·사진)에게 도전한다.

한국 남자 프로복싱은 세계복싱평의회(WBC) 페더급 챔피언이던 지인진이 격투기로의 전향을 발표하면서 2007년 7월 타이틀을 반납한 뒤 6년 넘게 세계 챔피언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책임감이 무겁다. 타이틀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또 올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 기회를 반드시 잡겠다.” 손정오는 프로에 데뷔한 2000년 이후 13년 만에 잡은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그는 “인진이 형이 챔피언에 올랐던 2006년 12월 타이틀매치를 준비할 때 내가 스파링 파트너였다. 이번에는 내가 직접 챔피언 벨트를 두르겠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2007년 9월 로델 테하레스(필리핀)를 KO로 꺾고도 링을 떠났다. “복싱만 해서는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었다.” 그는 고향 충남 천안으로 내려갔다. 처음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다 나중에는 체육관에서 복싱을 가르쳤다. “관원들을 가르치면서 글러브를 다시 끼고 보니 복싱에 대한 미련이 남더라.” 그는 링을 떠난 지 2년 만인 2009년 11월 링에 복귀한 뒤로 7승 1무의 무패 행진을 하고 있다. 통산 전적은 20승 2무 4패.

손정오를 상대로 타이틀 8차 방어에 나서는 가메다(31승 1패)는 일본의 복싱 영웅이다. 장남인 그뿐만 아니라 동생 다이키(24)는 국제복싱연맹(IBF) 슈퍼플라이급, 도모키(22)는 세계복싱기구(WBO) 밴텀급 챔피언이다. 3형제가 세계 챔피언으로 기네스북에도 올라 있을 만큼 일본에서는 알아주는 복싱 가문이다. 이번 타이틀매치도 가메다 집안이 갖고 있는 가메다프로모션이 주관한다. 이 때문에 손정오는 “홈인 제주에서 경기가 열리지만 ‘안방 프리미엄’ 같은 걸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원정이란 느낌이 더 많다. 판정까지 가지 않도록 악착같이 싸우겠다”고 말했다. 이번 타이틀매치는 채널A가 독점 생중계한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