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한국인 의식조사]
동성애, 낙태 등에 대해 개방적인 20대는 오히려 국내 거주 외국인이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구사회에서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척도로 여겨지는 동성애, 낙태는 국내에서 이념별 차이보다 연령별 차이가 더 뚜렷했다.
○ ‘보수’가 ‘진보’ 앞질러
아산정책연구원 김지윤 연구위원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뒤 북한의 도발에 대한 정부의 강한 대응방식이 지지를 받은 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논란,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의혹 사건 등으로 진보성향 지지층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념 간 양극화는 심화됐다. 진보는 더욱 진보적으로 됐고 보수는 더욱 보수적으로 됐다. 이념 성향을 스스로 0∼10점으로 평가하도록 한 조사에서 보수층은 7.24점, 진보층은 2.19점을 기록했다. 2010년 각각 6.90점과 2.84점이었던 것에 비해 차이가 더 벌어진 것이다.
보수와 진보를 나누는 기준이 ‘성장 대 분배’ ‘공익 대 자유’로 서서히 구분되는 모습도 보였다. 정부가 경제성장과 소득분배 중 어느 쪽에 더 집중해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경제성장이 더 중요하다는 응답(52.8%)이 소득분배가 더 중요하다는 응답(47.2%)을 약간 앞질렀다. 보수의 66.8%가 경제성장을, 진보의 70.1%가 소득분배를 택했다. 공익을 위해 개인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주장에 동의한다는 응답은 63.2%로,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36.8%)을 크게 앞섰다. 이념 성향별로는 보수의 73.7%가 동의했지만 진보는 52.4%만 동의했다.
○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 드러내는 20대
마찬가지로 외국인 노동자가 한국 사회의 가치를 어지럽힌다는 주장에 대해 20대의 31.3%가 동의했다. 이는 전체 응답자의 평균인 21.5%보다 10%포인트가량 높은 수치다. 다음으로 50대와 60대의 21.6%가, 30대의 19.1%가 이 주장에 동의했다. 40대는 15.3%로 20대의 절반에 불과했다. 다문화가정에 대해 ‘사회불안을 높이고 사회통합을 어렵게 한다’는 부정적 인식을 나타낸 비율도 20대(35.1%)가 가장 높았다.
20대의 이런 외국인 혐오 현상은 출신국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는 중국, 필리핀 출신 이민자에게 특히 더 부정적이었고 미국이나 일본 출신 이민자에 대해서는 다른 연령대보다 거부감이 덜했다. 이는 60대가 미국, 일본 출신 이민자들을 더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과 대비된다. 여기에는 대학별로 중국인 유학생이 늘어나면서 겪는 불편함과 오원춘 사건 등 외국인 노동자들이 저지른 흉악 범죄에 대한 두려움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취업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외국인에게 일자리를 빼앗긴다는 인식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 동성애·낙태 문제에 연령별 시각차 커
서구 사회에서 자주 논쟁이 벌어지는 동성애 낙태 등 사회 이슈에 대해선 연령대별 차이가 컸다. 동성애자에 대해 거부감이 든다는 응답은 78.5%로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는 응답(21.5%)을 압도했다. 다만 거부감이 든다는 응답은 2010년 84.3%에서 서서히 줄고 있다. 연령별로는 20대 가운데 동성애자에 대해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은 무려 42.5%였던 반면 60대 이상에서는 8.3%에 불과했다. 동성 간 결혼의 법적 허용에 대해선 20대는 53.0%가 찬성했으나 60대는 7.6%만 찬성했다. 보수의 84.9%, 진보의 70.3%가 모두 동성애자에게 거부감을 느낀다고 답해 보수-진보 간 구분은 뚜렷하지 않았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