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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공룡’ 변수 만난 반구대 암각화 물막이댐

입력 | 2013-10-31 03:00:00

초식공룡 발자국 화석 25개 발견… 보존 결정땐 공사 재검토 불가피




울산 반구대 암각화 주변에서 발굴된 공룡 발자국화석을 국립문화재연구소 관계자가 29일 공개하고있다. 경상일보 제공

“이번엔 공룡이 반구대 암각화 보존의 발목을 잡을까.”

울산 반구대암각화(국보 285호) 바로 앞 암반에서 약 1억 년 전 백악기 초식공룡의 발자국 화석이 발견됐다. 공룡 발자국 화석을 원형대로 보존하도록 결정이 나면 반구대 암각화를 보호하기 위해 10년 만에 합의한 ‘카이네틱(Kinetic·가변형 투명물막이)댐’ 설치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암각화 보호를 위한 카이네틱댐 설치를 앞두고 주변 발굴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 조사에서 암각화 동북쪽 25∼30m의 하상암면(해발 48∼49m)에서 공룡발자국 화석 25개를 확인했다. 연구소는 “발자국 형태로 볼 때 거대 초식공룡인 용각류(龍脚類) 또는 조각류(鳥脚類)로 보이며 최소 5마리 이상의 공룡이 남긴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공룡 발자국 화석은 그동안 하천 토사에 묻혀 있다가 이번에 하천 물길을 돌리고 흙을 걷어내면서 드러났다. 공룡 발자국 화석의 원형 보존 결정이 내려질 경우 현재 정부 차원에서 추진 중인 카이네틱댐 설치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문화재연구소 측은 “현재까지 하상 발굴이 20%밖에 진척되지 않았기 때문에 공룡 발자국 화석이 얼마나 더 나올지, 그리고 추가로 발견되는 발자국 화석의 보존가치가 어느 정도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하상 발굴조사는 올해 말 끝나며 문화재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원형 보존 여부가 결정된다.

문화재청과 울산시, 문화체육관광부, 국무조정실 등은 올 6월 16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정홍원 국무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해 카이네틱댐 설치를 추진한다’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카이네틱댐은 내년 여름 장마철 이전에 설치를 마칠 예정이다.

한편 울산지역에서 지금까지 발견된 공룡 발자국 화석 산지는 16곳. 대곡천 일대 12곳에 집중돼 있다. 울산시 문화재자료로 지정된 천전리 각석 앞쪽에서 모두 131개로 가장 많이 발견됐다. 현재 상황으로 미뤄 반구대 암각화 앞 하상에서는 공룡발자국이 더 나올 것으로 연구소 측은 보고 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