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대명동 사고 한달여… 온정 밀물
31일 대구 남구청에서 열린 대명동 가스폭발 피해 주민 돕기 바자회에서 주민들이 옷을 고르고 있다. 이 행사는 1일까지 열린다. 대구 남구 제공
사고가 난 2층짜리 상가는 천막으로 가려 놓았지만 끔찍했던 당시 모습 그대로였다. 주변에 부서진 주택 6채 역시 사고 때와 달라진 게 거의 없었다. 남구에 따르면 이번 사고로 주택과 상가, 차량 파손 등 5억4500여만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주민 김모 씨(63)는 “피해 현장을 볼 때마다 당시 사고 기억이 떠올라 가슴이 떨린다. 어두워지면 외출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사고 수습이 아직도 마무리되지 않은 이유는 피해 주민을 위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연재해 외에는 지자체가 예산을 지원할 수 없는 데다 사고 건물은 화재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박훈태 대명동 가스폭발 비상대책위원장(41)은 “집을 잃고 임시 거처인 원룸에서 지내는 6가구(18명)는 생활용품이 부족하지만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성금 모금은 13개 동 400여 명으로 구성된 주민자치연합회를 중심으로 진행 중이다. 30일 현재 1억6400여만 원이 모였다. 김은옥 남구주민자치연합회장(64·신진택시 대표·여)은 “이웃에 큰 사고가 났는데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 안타까운 마음에 시작했다. 회원들 모두가 흔쾌히 동의했고 예상보다 많은 성금이 모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을 접한 김동구 대구상공회의소 회장도 최근 1000만 원을 기부했다. 성금 모금은 이달 15일까지 이어진다. 김 회장은 “피해 주민뿐 아니라 순직한 경찰관 유족도 도울 계획이다. 작은 희망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사고 지역 인근 주민과 바르게살기운동 대구남구협의회 등 100여 명은 청소 봉사에 나선다. 건물 잔해 제거 작업뿐 아니라 주변 도로와 골목을 깨끗이 청소할 예정이다. 심하게 파손된 주택 3채는 보수 공사를 한다. 한 건설업체가 재능기부 형식으로 2억여 원을 들여 복구할 계획이다. 31일에는 피해 주민과 이웃들이 모인 가운데 작은 착공식을 열었다.
공공기관도 동참하고 있다. 한국가스안전공사와 한국전기안전공사는 사고 지역 110여 가구에 안전점검 무료 봉사를 했다.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는 사고 피해 10여 가구에 물품을 지원하고 저소득가정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 방안을 찾고 있다.
31일 남구청 주차장에서는 피해 주민 돕기 바자회가 마련됐다. 대명동에서 맞춤양복점을 운영하는 은명숙 대표(55·여)가 양복 외투 등 300여 점(2000만 원 상당)을 기증했다. 주민자치연합회 등은 먹거리 장터를 운영해 얻은 수익금도 기부한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