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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제주 밭담의 가치, 세계는 안다

입력 | 2013-11-01 03:00:00

바람 막으며 경계표시-작물 보호… 세계농업유산 등재 내년 최종 확정
1970년대 이후 도시화로 사라져가… 보호구역 지정 등 보전대책 필요




끊어질 듯 이어지는 밭담이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를 기다리고 있다. 현무암을 얼기설기 쌓은 밭담은 제주의 대표적인 돌 문화이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지난달 30일 오후 제주 제주시 구좌읍 논밭. 당근 무 마늘의 파란 잎이 무성하게 나온 가운데 농지를 둘러싼 돌담인 ‘밭담’이 길게 늘어섰다. 올레코스를 오가는 탐방객들은 끊어질 듯 이어지는 돌담을 보고 ‘제주다운 풍경과 색’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밭담을 쌓는 데 쓰이는 돌은 거무튀튀한 현무암으로 구멍이 숭숭 뚫려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형태다. 8월 제주에서 열린 ‘농업유산보존 관리 및 연계협력을 위한 한중일 워크숍’에 참석한 해외 전문가들도 밭담에 대해 강한 호감을 보였다.

제주 밭담이 유엔 세계식량기구(FAO)의 세계중요농업유산시스템(GIAHS) 등재를 기다리고 있다. 세계농업유산은 전통농업과 연관문화, 경관, 생물다양성 등이 풍부한 지역을 차세대에 계승하기 위해 FAO가 2002년부터 시행했다. 중국의 전통 차 농업, 일본의 따오기 공생농법 등 11개국 25개 유산이 등재됐다. 세계농업유산으로 등재되더라도 별도의 지원금은 없지만 농산물 브랜드화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제주도는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생물권보전지역 등 유네스코 자연과학분야 3관왕 타이틀 획득과 연계해 세계농업유산 등재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 사라지기 전에, 보전방안 마련해야

화산섬인 제주에서 돌담은 생존과 직결돼 있다. 세계농업유산으로 등재를 추진하는 밭담을 비롯해 집 울타리인 울담, 골목길의 올렛담, 목장의 잣담, 무덤을 보호하는 산담, 물고기를 잡는 바다의 원담, 외침에 대비한 성담과 환해장성 등으로 다양하다. 특히 밭담은 식량을 생산하는 곳으로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 사유재산의 경계를 표시하면서 소나 말의 침입을 막고 연중 몰아치는 바람을 막는 역할을 했다.

제주 전체 돌담은 3만6000여 km로 이 가운데 밭담이 2만2000여 km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도로개발, 농업의 기계화, 경지정리 등으로 밭담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밭담이 지닌 거칠고 투박함, 돌과 돌 사이의 바람구멍, 곡선, 조상의 지혜 등의 상징이미지도 덩달아 퇴색하고 있다. 제주대 고성보 교수(산업응용경제학)는 “그동안 밭담이 너무 흔해서 문화유산으로서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며 “도시화, 농업형태 변화로 밭담이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밭담 경관보전직불제’, ‘밭담 보호지구 지정’ 등으로 관리하는 보전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제주 밭담의 세계화

제주지역 대표적인 돌 문화의 하나인 밭담은 ‘새로운 스타일의 농업유산’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존 세계농업유산은 대부분 논 농업시스템 위주로 됐기 때문이다. 제주발전연구원 강승진 연구위원은 “FAO 관계자와 세계농업유산 관련 전문가 등이 제주를 방문해 현장을 답사한 뒤 ‘밭담과 제주인의 삶, 농경문화 등을 유기적으로 엮어 스토리텔링 하면 농업유산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평가를 했다”며 “제주 밭담뿐만 아니라 지역과 마을에 숨어있는 유산을 발굴해 세계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국가농업유산발굴추진위원회’ 같은 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정부를 거쳐 3월 FAO에 ‘제주 밭담 농업시스템’ 세계농업유산 등재 제안서를 제출했다. 이 제안서에 밭담의 사회문화적 특성, 역사성, 보존활용을 위한 실행계획 등이 담겼다. 제주밭담은 세계농업유산 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내년 상반기에 등재 여부가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