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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경영 지혜]창조성 원한다면 먼저 경계를 허물어라

입력 | 2013-11-01 03:00:00


20세기 시대정신이 ‘효율성’이었다면 21세기 시대정신은 분명 ‘창조성’이다. 그러나 효율성처럼 정확하게 계산하고 규격화된 방법으로 도출해 낼 수 없는 것이 창조성의 특징이다. 창조성은 어디에서 오는 것이며 어떻게 형성되는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정확하고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예전과 다른 형태의 접근이 필요하다. 이 세계에서 가장 창조성이 강한 집단인 ‘예술가’와 그들의 영역인 예술 분야를 살펴봐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세계 문화예술사를 통틀어 예술적 창조성이 가장 활발했던 시기와 지역은 15세기 피렌체, 20세기 초 파리, 20세기 후반 뉴욕 등이다. 이 세 지역과 시기의 특징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바로 ‘무경계성’이다. 이 중 피렌체를 예로 들면 ‘르네상스’의 발원지답게 15세기 피렌체는 회화 조각 건축 문학 음악 무용 등 예술 분야 간 구분이 무의미할 정도로 경계 넘어서기가 이뤄졌다. 건축사의 걸작 중 하나로 꼽히는 피렌체 두오모(대성당) 건축 역시 이 같은 ‘무경계의 시대’가 만들어낸 성과다. 당시 성당 건축을 위해 피렌체 지역은 물론이고 전 유럽에 어떤 전제조건도 없는 공모가 이뤄졌다. 경계를 넘어서는 건 단순히 지역과 분야를 뛰어넘어 고대와 현대를 연결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두오모의 경우 1차 완공 후 50여 년간 거대한 건물의 천장을 어떻게 지어야 하는지 해결하지 못하던 상황에서 무명이자 약관의 나이에 불과했던 브루넬레스키가 아이디어를 냈다. 그의 아이디어는 1400여 년 전에 지어진 로마의 판테온 건축에서 차용해온 것이었다. 현대무용의 초기 선구자였던 루스 세인트 데니스는 20세기 초 당시 서유럽형 고전발레를 넘어서는 새로운 형태의 춤을 찾기 위해 고대 이집트 벽화와 인도 유적지 조각의 동작을 연구하기도 했다.

지역과 분야, 그리고 시대의 경계마저도 허물어뜨리는 자유로운 사고가 바로 ‘창조성’의 출발임을 보여준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