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시대정신이 ‘효율성’이었다면 21세기 시대정신은 분명 ‘창조성’이다. 그러나 효율성처럼 정확하게 계산하고 규격화된 방법으로 도출해 낼 수 없는 것이 창조성의 특징이다. 창조성은 어디에서 오는 것이며 어떻게 형성되는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정확하고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예전과 다른 형태의 접근이 필요하다. 이 세계에서 가장 창조성이 강한 집단인 ‘예술가’와 그들의 영역인 예술 분야를 살펴봐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세계 문화예술사를 통틀어 예술적 창조성이 가장 활발했던 시기와 지역은 15세기 피렌체, 20세기 초 파리, 20세기 후반 뉴욕 등이다. 이 세 지역과 시기의 특징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바로 ‘무경계성’이다. 이 중 피렌체를 예로 들면 ‘르네상스’의 발원지답게 15세기 피렌체는 회화 조각 건축 문학 음악 무용 등 예술 분야 간 구분이 무의미할 정도로 경계 넘어서기가 이뤄졌다. 건축사의 걸작 중 하나로 꼽히는 피렌체 두오모(대성당) 건축 역시 이 같은 ‘무경계의 시대’가 만들어낸 성과다. 당시 성당 건축을 위해 피렌체 지역은 물론이고 전 유럽에 어떤 전제조건도 없는 공모가 이뤄졌다. 경계를 넘어서는 건 단순히 지역과 분야를 뛰어넘어 고대와 현대를 연결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두오모의 경우 1차 완공 후 50여 년간 거대한 건물의 천장을 어떻게 지어야 하는지 해결하지 못하던 상황에서 무명이자 약관의 나이에 불과했던 브루넬레스키가 아이디어를 냈다. 그의 아이디어는 1400여 년 전에 지어진 로마의 판테온 건축에서 차용해온 것이었다. 현대무용의 초기 선구자였던 루스 세인트 데니스는 20세기 초 당시 서유럽형 고전발레를 넘어서는 새로운 형태의 춤을 찾기 위해 고대 이집트 벽화와 인도 유적지 조각의 동작을 연구하기도 했다.
지역과 분야, 그리고 시대의 경계마저도 허물어뜨리는 자유로운 사고가 바로 ‘창조성’의 출발임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