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뮤지스(9muses)는 가요계를 대표하는 섹시 그룹이다. 그럼에도 진짜 ‘섹시함’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평균신장 172cm의 장신 걸그룹 나인뮤지스(은지 이유애린 현아 혜미 세라 손성아 경리 민하 이샘)는 부족함 없는 몸매와 축복받은 외모로 등장과 동시에 남성팬들을 매료시켰다.
그들은 일렬로 서 무대를 걷는 것만으로도 남다른 교태를 뽐냈다. 큰 노출이나 과격한 안무 없이도 충분히 ‘모델돌’과 ‘섹시돌’, ‘군통령’(군인들 사이에서 ‘대통령’이라 불릴 정도로 섹시한 여성그룹)으로 군림했다. 그들의 손짓과 몸짓 하나에 팬들의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어느 순간 걸그룹에게 하나의 아이템 또는 통과 의례처럼 여겨지게 된 ‘쩍벌춤’이나 ‘속옷 노출 논란’도 그들에겐 그저 그림의 떡이었다. 그렇다고 나인뮤지스가 그런 것들을 바라거나 부러워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들에겐 마음 놓고 맘껏 뛰어다닐 수 있는 ‘무대’가 없었기에 ‘목마름’은 해소되지 않았다.
그런 나인뮤지스에게 변화의 물꼬가 트였다. 지난 2010년 8월 노 플레이보이(No Playboy)로 데뷔 4년 만에 첫 번째 정규 앨범을 발매한 것이다. 겉으로는 단순히 정규 앨범을 발매한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는 멤버들이 남몰래 흘린 땀방울의 산물이자 앞으로의 활동에 대한 큰 밑거름이다. 그들은 “지난 세월을 돌이켜 볼 수 있는 앨범이다. 어느 때보다 최고라고 자부한다”며 “11곡을 모두 들려줄 수 없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밝혔다.
“나인뮤지스라는 그룹은 해체 직전까지도 갔던 팀이에요. 대표곡 ‘휘가로’(Figaro)를 발매하며 경쟁에서 살아남았고 ‘돌스’(Dolls)를 통해 9인조 완전체로 팀을 꾸렸죠. 말 그대로 밑바닥부터 한 계단 한 계단 밟아 올라오며 여기까지 왔죠. 그런 우리에게 정규 1집은 정말로 큰 의미입니다.” (모두)
나인뮤지스는 지난 14일 정규 1집 ‘프리마돈나’(Prima Donna)를 발매하고 타이틀곡 ‘건’(GUN)으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건’은 기존 곡과 비교해 힘을 많이 뺀 곡이에요. 꾸밈없이 나인뮤지스의 매력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고 노력했죠. 우리도 노래 속에 등장하는 이런 남자는 딱 질색이라서 그런지 감정이 이입도 쉬웠죠.” (손성아, 경리, 세라)
멤버들은 4년 만의 첫 정규 앨범이라는 점과 11곡 모두 혼신의 힘을 담은 신곡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일부 가요 관계자들은 나인뮤지스의 정규 앨범에 관해 “완성도가 높다. 여러 장의 싱글로 낼 수 있는 곡들을 한 번에 모두 쏟아 낸 느낌”이라고 평했다.
나인뮤지스는 긴 여정 속 크고 작은 굴곡을 지나 정규 앨범 발매라는 터닝포인트(turning point)를 막 지나고 있다.
반환점을 돈 그들은 이제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다. 바로 ‘단독 콘서트’다. 나인뮤지스는 데뷔 이래 제대로 된 단독 콘서트의 맛을 맛보지 못했다. 정규 앨범에 이어 콘서트를 개최한다면 더할 나위 없는 쾌거일 터. 이는 곧 나인뮤지스라는 팀의 정점을 뜻하기도 한다.
민하와 은지, 혜미는 “누구보다 자극적인 퍼포먼스도 할 수 있지만, 받아들이는 대중이 부담스러울까 봐 지나침을 피해 왔다”며 자제와 절제의 미가 빛나는 무대를 만들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세라는 “진정한 여성스러움은 자신감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굳이 드러내지 않는 우리만의 섹시함에 대해 자신 있다. 당당함과 여성스러움, 털털한 매력이 온전히 느껴지는 순간을 콘서트를 찾아오는 팬들과 함께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멤버들은 “자극적으로만 보이는 요즘 퍼포먼스와 달리 엄마․아빠와 같이 볼 수 있는 전체 관람 가 퍼포먼스를 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인뮤지스는 혼신의 퍼포먼스를 통해 그들의 내면을 드러낸 진짜 섹시함을 보여주겠다는 계획이다. 모두가 ‘빨리빨리’를 외칠 때 ‘잠시만’이라고 쿨하게 말할 줄 아는 그들이다. 사회생활을 하다가 가수라는 꿈을 버리지 못해 뭉친 여성들이 주죽이 된 만큼 ‘주체성’도 강하다. 자신들의 스케줄은 물론 앨범 콘셉트 등 앨범 전반에 걸쳐 회사와 긴밀히 소통하며 자신들만의 ‘커리어’를 쌓고 있다.
혹자는 이야기한다. 나인뮤지스는 아직 A급 걸그룹이 아니라고. 이에 나인뮤지스는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대답한다. 인생은 짧지만 예술은 길다. 걸그룹의 생명은 짧을지언정 나인뮤지스의 음악 인생에는 끝이 없다. 우리가 나인뮤지스라는 이름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다.
동아닷컴 오세훈 기자 ohhoony@donga.com
사진제공|스타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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